이흥실 대표 경남FC에 애정 남달라
지역 축구인 자존심 건 행보 기대해

축구 대 야구? 축구. 축구 대 골프? 축구.

그렇다. 나는 누가 뭐래도 축구파였다. 경남FC 창단 당시 스포츠 담당을 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경남FC 창단 과정을 쭉 지켜봤으니 '우리 구단'이란 생각은 당연했다. 회사에서 상여금(보너스)을 받자마자 구단 주식을 샀을 정도니 말이다.

박항서, 조광래, 최진한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경남FC를 보는 것도 한때는 낙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축구장 가는 길이 어색해졌다. 저지(축구팀 유니폼) 대신 화사한 야구팀 유니폼을 사고, 그라운드보단 잔디를 밟는 게 좋아졌다.

한편으로는 K리그1에서 뛰다 강등당한 우리 팀의 말로를 보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아서였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남FC 대표이사에 이흥실 감독이 선임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는 마산공고 감독 때부터 알고 지내왔다. 경남 감독 자리가 빌 때마다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지만, 인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2014시즌 당시 이차만 감독 아래서 수석코치를 맡아 팀에 합류한 게 유일한 경남과의 접점이었다.

이 대표는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진해 덕산초-마산중앙중-마산공고를 졸업했다. 프로축구에선 한 시절을 풍미했다. K리그 1985년 신인왕, 1986년 MVP, 1989년 도움왕, 1991년 최초의 30-30 달성 등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화려했던 이력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흥실 대표이사 취임으로 경남FC에 다시 기대감이 생겼다. 이 대표는 지역 축구인 출신으로 험난했던 경남FC 창단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구단 창단의 산파 역할을 했던 고 전형두 경남축구협회장과도 인연이 깊다. 그러기에 앞선 대표이사들보다 구단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으로 믿는다.

또, 경남FC의 '암흑기'라 불리는 안종복 대표 시절 코칭스태프였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구단 운영과 별개로 '도민 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눈부셨다. 축구센터 인근 거의 모든 가게를 찾아가 경기일정을 알리는 포스터를 부치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센터 입구에서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그날 경기장을 찾아 준 팬들에게 인사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도민 속으로'에 함께 했던 일원으로 이 대표는 구단이 지역에 어떻게 녹아들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대표 취임은 경남 축구인의 자부심과도 이어진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경남 출신이 아니면 국가대표팀을 꾸리기조차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경남 축구는 대단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성인 대표팀은 고사하고 연령별 대표팀에서조차 경남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 대표는 경남 축구의 맏형 격인 경남FC를 잘 이끌고, 학원 축구까지 도약시킬 책임감이 있다.

팀 성적 부진과 곪은 구단 운영에 등 돌린 팬들이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게 이흥실 대표가 최전방 공격수로 뛰어야 한다.

고 전형두 회장이 보여줬던 축구사랑을 이흥실 대표가 다시금 지역민에게 보여줬으면 한다.

9월 다이어리에 경남FC 경기 일정을 메모해뒀다. 이흥실을 응원하면서.

/주찬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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