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하는 인공물…소통 없는 기획
공동체 선 추구한다면 있는 것을 소중히

요즘 창원에서 뜨거운 화제는 단연 '빅트리'일 것입니다. 조감도와는 사뭇 다른 거대 구조물에 시민들은 당혹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비판 기사도 계속 보도됩니다. 빅트리 논란을 접하며 저는 국립창원대학교 안에서 이어지는 각종 공사를 떠올립니다. '탁청대', '사제동행', '나구스' 등 이름만 들어도 근사해 보이는 공원들이 속속 조성되고 있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빅트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첫째, 공원을 만든다면서 환경을 파괴했습니다. 공원이란 자연을 지키거나 회복하는 방향이어야 하는데, 빅트리는 대형 구조물을 세우고자 원래 공간을 훼손했습니다. 국립창원대 역시 공원을 조성한다며 적어도 수십 그루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냈습니다. 거기 함께 살던 새와 곤충들은 순식간에 집을 잃었고, 나무 한 그루마다 품고 있던 오랜 시간과 기억 역시 사라져 버렸습니다.

둘째, 자연을 인공물로 대체하는 발상입니다. 빅트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성장과 치유의 공간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국의 유명한 나무들을 본뜬 인조물이 세워졌습니다. 국립창원대는 풀과 꽃이 자라던 화단을 인조 잔디로 덮어버렸습니다. 자연의 불완전함을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고, 그 위에 인공물을 얹어 더 낫다고 보는 태도는 본질적으로 비슷한 맥락입니다.

셋째, 내부 구성원보다 외부인에 초점을 둔 관점입니다. 빅트리는 랜드마크로서 관광객을 불러들이겠다는 취지로 기획됐습니다. 그러나 빅트리가 들어선 대상공원 주변에는 학교가 있고, 주차 공간도 부족합니다. 국립창원대도 비슷합니다. 나구스 공원을 외부인에게 개방한다고 홍보하지만, 오히려 외부인의 교내 통행을 막으려고 대학 정문을 폐쇄하고 교내 도로를 일방통행 우회로로 바꾸었으며, 무료였던 주차장을 막고 유료화했습니다. 외부 친화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내부와 외부 모두 불편을 겪는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넷째, 소통 부재의 기획입니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 시민은 뉴스를 통해서야 빅트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국립창원대 구성원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왜 끊임없는 공사가 필요한지, 어떤 미래상을 담고 있는지 설명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공적 자원을 투입해 추진되는 사업이 구성원의 참여와 공론 과정 없이 진행됩니다.

다섯째,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환경 파괴가 가져올 장기적인 나비효과입니다. 나무 수십 그루를 베어내고 인공적인 공간을 덧씌우는 일은 단순히 미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는 이미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산불, 산사태, 잇따른 물난리는 인간이 자연을 훼손한 대가가 어떻게 되돌아오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창원시와 국립창원대 공사도 이 간접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숲을 잃은 대가를 우리는 앞으로 오랫동안 분명하게 치를 것입니다.

결국, 빅트리와 국립창원대 공원은 못생겼다거나 불편하다는 수준을 넘어 공공 공간과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시민과 구성원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인공물이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 그늘에서 쉬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일 것입니다. 진정으로 지역과 공동체의 선(善)을 추구한다면, 원래 있는 것부터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합니다.

/권희경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