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반복 공장 직접 찾은 이 대통령
수많은 기업에 던지는 분명한 '경고'
딸은 자기표현에 인색하다. 애써 이름난 식당을 찾아 맛있는 것을 먹여도 좀처럼 반응이 없다. 무덤덤한 딸을 견디는 게 아빠 업보라면 애써 답을 얻어내는 게 직업인 아빠를 견디는 게 딸 업보다. 아빠는 기어이 이런 질문을 짜내고야 만다.
"이 식당은 별이 몇 개야?"
"별을 주는 기준이 뭐야?"
질문을 질문으로 되받는 것은 엄마에게 배웠을 요령이다. 딸은 아내가 지나온 과거고 아내는 딸이 맞이할 미래다. 둘 다 표현이 건조하기는 매한가지다.
별 주는 기준을 제시했다. 한 개는 온 게 후회되는 곳이다. 두 개는 후회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이다. 세 개는 괜찮았지만 애써 찾아올 정도는 아니다. 네 개는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곳이다. 다섯 개는… 그냥 '영혼의 음식(soul food)'이라고 하자.
한참을 고민하던 딸은 "세 개 반"이라고 말했다. 한없이 사랑스러우나 피곤한 성격이다. 그렇게 매긴 별점을 근거로 가는 식당은 있을지언정 맛집 찾는 수고는 기어이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일본 교토 거리에서도 눈에 얻어걸린 우동가게 문을 주저 없이 열었다. 아내는 확신에 찬 듯한 선택에 몰래 검색한 줄 알았다고 했다.
"맛집 찾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맛집에서도 맛없으면 맛없는 줄 알아야 하고 처음 간 식당 음식도 맛있으면 맛있는 줄 알아야지요."
맛집 조사 책임을 회피하는 핑계치고는 화려하지만 절반 넘게 진심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기준이다. 먹는 것으로 제한하면 어머니는 아들에게 훌륭한 기준을 이미 제공했다. 늘 좋은 재료와 더 좋은 솜씨로 남부럽지 않게 먹였다. 그럼 점에서 아내는 시어머니와 통한다. 딸이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것을 먹였고, 멋진 것을 보여줬고, 드문 경험을 권했다. 기억도 못 할 아이에게 지나치다는 남편 핀잔에 아내는 단호했다.
"좋은 경험은 좋은 기준이 되지요."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했다. 같은 방식으로 몇 번이나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저주받은 현장이다. 불쑥 나타난 대통령은 속도감 있게 간담회를 진행했다.
상상을 한참 앞서 나간 현실 앞에 당황한 대표와 직원은 고분고분 묻는 말에 답했다.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동안 비슷한 항의, 비슷한 조사에서 수없이 반복했을 대답이었다. 대통령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허술한 변명을 파고들었고 잘못을 바로잡았다. 안전 조치를 어길 때 치르는 대가가 지킬 때 비용보다 싼 구조에 익숙했던 수많은 고용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제 대가가 비용을 훨씬 웃돌 것이다."
발언하려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말을 다그치려던 장관에게 그러려고 온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마주앉은 처지에서는 나무라는 장관보다 말리는 대통령 때문에 불안했을 테다. 악명 높은 빵 공장은 즉시 야간 초과 근무 시간 제한, 노동 관행 혁신, 새 근무체계 적용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 제1업무가 '산업재해 예방'인 정부다.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직을 걸겠다고 했고 대통령은 직을 걸라면서 웃으며 맞장구쳤다. 좋은 경험이 좋은 기준을 제공한다. 정치·행정도 마찬가지다.
/이승환 자치행정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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