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자원봉사자 집중 투입돼 복구 도움
많은 이들 노력에 빨리 제 모습 찾아가지만
22일 발표한 정부 특별재난지역 빠져 반발
하우스 침수 등은 복구 엄두 못내 큰 걱정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주민이 23일 오전 폭우로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유은상 기자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주민이 23일 오전 폭우로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유은상 기자

"이곳이 특별재난지역에서 빠지는 게 말이 됩니까. 물난리 당시 현장을 봤으면 그러지는 못할 겁니다."

의령군에서 폭우 피해가 가장 컸던 대의면 구성마을은 조금씩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도로변을 가득 채웠던 쓰레기, 물에 빠진 가재도구와 옷가지 더미는 대폭 줄었고, 도로를 뒤덮었던 토사도 대부분 치워진 모습이었다.

면 소재지인 구성마을에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503㎜ 폭우가 내렸다. 특히 19일 낮 12시 양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범람하면서 주택과 가게 49곳이 침수되고 주민 109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이튿날부터 의령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에 투입돼 팔을 걷어붙였고, 산청과 합천보다 빨리 일상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에서 식당을 하는 주민이 23일 오전 고압 양수기를 이용해 침수된 집기를 씻고 있다.  /유은상 기자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에서 식당을 하는 주민이 23일 오전 고압 양수기를 이용해 침수된 집기를 씻고 있다.  /유은상 기자

23일 오전에 찾은 현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일부 가게 앞에 내놓은 그릇 등 집기류와 마당에 말려 놓은 옷가지가 이곳이 침수지역이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가게 안을 청소하던 오만현(57) 씨는 "많은 사람이 땀을 흘리면서 마을이 어느 정도 옛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도 "당연히 우리 마을이 특별재난지역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당시 상황을 봤다면 그렇게 판단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22일 산청·합천, 경기 가평, 충남 서산·예산, 전남 담양 등 6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경남도가 의령도 신청했지만 빠졌다.

식당을 하는 김현숙(67) 씨도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고 안 되고 차이가 큰 것으로 안다. 제대로된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 회복에 도움이 될 텐데 그렇지 않다면 큰일"이라며 "제대로 조사를 해서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때는 꼭 포함해야 한다"고 애를 태웠다.

조용한 도로변과 달리 침수됐던 집과 가게 안에서는 빨래를 하고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마당에서 손빨래를 하던 장정엽(69) 씨는 "난리도 이런 난리는 처음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이웃집 부부는 창틀에 매달려 있다가 겨우 보트로 구조돼 생명을 건졌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트라우마가 생겨 순간순간 겁이 난다. 이렇게 치우고 나서 또 비가 와서 침수되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며 "기후위기라 앞으로 더 그럴 것이라고 하는데, 그때 쏟아진 비와 불어난 물을 떠올리면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 침수 주민이 23일 오전 물에 젖은 옷가지를 꺼내 손빨래를 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 침수 주민이 23일 오전 물에 젖은 옷가지를 꺼내 손빨래를 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농경지와 비닐하우스는 아직 침수 피해 당시 상황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남편과 6동 하우스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윤영자(66) 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하우스가 완전히 무너진데다, 농기계는 물론 차량 2대와 가전제품 등 모든 것이 한꺼번에 휩쓸려 갔다.

그는 "뭐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이 없어. 그런 상황에서 죽지 않은 것으로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그런데 집안 꼴을 보면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며 "남편은 집을 치우다 발톱 2개가 빠졌다.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군부대 이런 곳에서 철거 작업이라도 좀 도와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옆에서 위로하던 이상녀(95) 할머니는 "우리 집도 산사태로 피해를 봤지만 이 집은 얼마나 상심이 클까 걱정이 돼 왔다. 우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며 "근 100년 살면서 이런 난리는 처음이다. 이 집 일이 걱정인 데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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