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행정 상징 랜드마크 (1) 놀림감 된 빅트리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모습./김구연 기자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모습./김구연 기자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에 높이 40m 전망대 ‘빅트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럴듯한 지역 상징물(랜드마크)을 기대했던 시민이 실망하고 있다. 전망대에 설치하려던 높이 20m 나무가 안전 등을 이유로 제외되면서 ‘탈모 트리’, ‘드럼통’ 같은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도 4일 간부회의에서 “막말로 두드려 부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대상공원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으로 조성된 전망대는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창원시 공공건축가들은 지난 11일 현장을 둘러보고 ‘흉물’로 인식되는 빅트리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창원시 공공건축가 10여 명이 11일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우귀화 기자

◇경관과 조화롭지 않은 상징물 = 대상공원 사업에서 핵심인 빅트리 공사는 막바지다. 공원 입구에서 빅트리까지 가는 길은 도로 정비 중이었다. 높이부터 압도적인 빅트리 입구에서 공공건축가들은 감탄보다 안타까움에 말을 아꼈다.

인공나무 모형인 1층 입구에 들어서자 명상센터가 나왔다. 계단 형태 다목적 강당은 공연·강연이 가능하다. 시공사 삼정기업 관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해 영상과 음악을 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 공공건축가 10여 명이 11일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1층 명상센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우귀화 기자
창원시 공공건축가 10여 명이 11일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1층 명상센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우귀화 기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향했다. 대상공원개발산업단 관계자는 “천천히 오르는 엘리베이터 앞에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영상을 감상하며 전망대를 오를 수 있게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는 인공나무 16그루와 조형 의자 등이 마련돼 있었다. 전국 천연기념물 소나무 등을 보고 만든 인공나무는 원형 전망대 가장자리를 채웠다. 애초 인공나무 16그루 한가운데에 제작한 정이품송을 세우려 했지만 안전 문제로 제외됐다.

창원시 공공건축가 10여 명이 11일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전망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우귀화 기자

전망대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자리가 애초에는 높이 20미터인 대형 인공 소나무가 놓일 자리였다. 지난해 5월 창원시 경관위원회 심의에서 이를 논의해 빼는 것으로 결정했다.

창원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높은 전망대 위에 20m 높이 정이품송을 세우려고 했는데 이곳에 바람이 많이 불어 재난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게다가 설치한 나뭇잎이 떨어졌을 때 유지·보수가 힘든 여건이어서 민간사업자가 철제 나무 형상 등 다른 제안을 했지만 이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경관위원회 전문가 조언을 참고해서 빼게 됐다”고 말했다.

공공건축가들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경관 문제를 잇달아 지적했다. 큰 나무를 형상화하고자 했지만 전망대 위에 알록달록 색이 들어가고 엉성한 형태로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굳이 나무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고, 장기적으로 설계 공모를 하는 등 빅트리를 바꿔보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창원시 공공건축가 10여 명이 11일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전망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우귀화 기자
창원시 공공건축가 10여 명이 11일 창원 의창구 두대동 대상공원 '빅트리' 전망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우귀화 기자

한 건축가는 “나무를 다 빼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왕 만들어진 것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프랑스 에펠탑도 처음에는 흉물 아니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흉물이라는 인식을 공유했지만 보완·개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상징물 등을 함부로 진행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공공건축가들 의견서를 종합해 시공사와 협의해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빅트리 왜 이렇게 됐나 = 빅트리는 대상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 사업으로 시작됐다. 대상공원(96만 3736.7㎡) 터 일부(12만 1935.4㎡, 12.7%)에 민간사업자가 아파트(1779가구)를 짓고 나머지(84만 1801.3㎡, 87.3%)에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공원 조성사업으로 빅트리, 빅브릿지, 맘스프리존, 방문자센터, 진입광장, 수목원 등을 지어 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시행사 대상공원개발사업단(SPC) 지분은 HB홀딩스와 현대건설이 각각 50% 소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아파트, 삼정기업과 삼정E&C가 공원을 시공한다. 아파트는 2022년 4월 착공해 올해 9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공원시설은 올해 8월 준공 예정이다.

빅트리 조감도./창원시
빅트리 조감도./창원시

빅트리는 대상공원 정상부 7316㎡ 터에 344억 원을 들여 지은 전체 면적 1257㎡ 규모 건축물이다. 싱가포르 대표 명소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의 슈퍼트리를 참고했다. 빅트리 전망대 한가운데 계획했던 20m 소나무(20억 원)를 제외하면서 사업단은 명상센터에 흡음재를 넣고 경관 조명을 더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망대 외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를 바꾸는 과정에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탈모 트리’, ‘드럼통’ 같은 비판에서도 드러나듯 빅트리는 사업 의도대로 ‘큰 나무’처럼 보이지 않아 흉물 취급을 받고 있다. 시민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계획 변경 시점에 기획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숙의할 장치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대상공원 민간 개발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공원일몰제로 대상공원처럼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진행하는 사화공원도 애초 계획과 다른 사업 진행으로 지적받고 있다.

구점득(국민의힘, 팔룡·의창동) 시의원은 “사화공원은 대저건설 컨소시엄이 아파트를 지으면서 처음에 시에 조수미 예술학교 등 공원시설 40개를 제안했다가 나중에는 20개 정도로 대폭 시설을 줄였다”며 “시민이 누리는 공간인데 시민 의견을 묻는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구 시의원은 “민간사업자가 시민이 원하는 시설물을 제외할 때는 타당한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며 “빅트리도 랜드마크로 시설을 지으려 했다면 변경 사항이 있을 때 시민과 공유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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