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히 민주주의 가치 훼손하는 시의원
시민이 나서서 의회 쏠림 구조부터 깨야

요즘 '동북아 중심 도시' 창원에서 사는 게 정말 피곤하다. 윤석열 파면으로 '내란성 두통'과 불면증이 좀 가라앉나 싶었는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논란'이 일면서 다시 짜증이 느는 중이다. 짜증의 중심엔 단연 세 사람이 있다. 김미나·남재욱 시의원 그리고 손태화 시의회 의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미나 의원은 2023년 11월 누리소통망(SNS)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식 팔아 한몫 챙긴다", "민주노총은 양아치 집단"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다섯 차례 모욕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징역 3개월 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말 그대로 죄는 있지만, 선고만 미룬 판결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모욕한 발언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화가 난다. 이 정도면 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원이 아닌 민주시민 교육 기초과정부터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있다. 2022년 행정사무감사 때는 "도서관이 좌경화됐다. 이승만·박정희·맥아더 장군 책은 나오지 않더라"며 천박한 역사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안 봐도 비디오다. 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 회의 때마다 '이승만 타령'일 것이라는 것은.

남재욱 의원도 보기 드문 역대급 '막무가내 시의원'이다. 남 의원은 20일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했다. 운영자문위원 위촉 관련 민주화단체 비판을 두고 "내란 공모자, 극우 프레임을 씌워 보기 싫은 사람을 배척하는 것", "자기 뜻과 맞지 않다고 계속 막아서는 작태를 중단하라", "4개 단체 대표들과 공개 토론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불리하고, 안 되면 찾는 게 '프레임'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말과 행동이 기록으로 다 남아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의 탄핵 시도는 주권 찬탈이자 헌법 파괴", "6시간의 비상계엄은 헌법의 최고 수호자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이었다"고 찬동했다. 이런 자가 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원이라고? 지나가던 강아지가, 아이들도 웃을 일이다. 공개 토론이 아니라 공개 사과와 반성부터 하기 바란다.

두 의원이 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원 '자격 미달'이라는 건 5분 정도만 검색해도 알 수 있다. 아무리 당연직 위원 추천이 의장 고유 권한이라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이들을 대놓고 추천하고서는 태연히 '정무적 판단'이란다. 손 의장에겐 도시의 품격 따윈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창원이 어떤 곳인가. 이승만 정권 부정선거에 항거한 3.15의거, 박정희 정권 독재 체제에 대항한 부마항쟁, 전두환 정권 독재 체제에 맞선 6.10항쟁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왜 부끄러움은 언제나 시민의 몫인가.

다시, 문제는 정치다. 27(국민의힘) 대 18(더불어민주당)인 시의회 양당 구조(진보정당의 분발도 기대한다)를 깨지 않으면 저급한 정치인들에게 계속 업신여김을 당할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1년도 안 남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이번 논란도 알고 보면 살아 있는 '민주시민 교육 0교시 수업'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 선 사마귀처럼 도도한 민주주의 흐름에 맞서려는 불쌍한 자들의 '마지막 저항' 정도로 여기고 우리 갈 길 가면 되지 않겠나. 중국 소설가 모옌은 말했다. "세상 걱정도 결국은 책처럼 한 장씩 넘어가기 마련이다."

결국, 새로운 정치는 시민이 하는 것이다. 창원이 더 망가지기 전에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민병욱 논설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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