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간디고 전교생 강당서 탄핵 선고 생중계 시청
헌재 선고 주문 낭독되자 두 손 번쩍 들고 일제히 환호
헌재 결정 지켜보며 민주주의 작동 원리 배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11시 22분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주문하자, 산청 간디고등학교 강당은 환호로 가득 찼다.
이날 강당에 모인 전교생 90명은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며 교과서를 넘어서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 교육을 경험했다.
학생들은 헌법기관 역할과 민주주의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목격하며, 수업으로만으로는 부족한 생생한 배움을 얻었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전교생 90명이 4일 오전 강당에 모여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산청 간디고등학교 전교생 90명이 4일 오전 강당에 모여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이날 오전 선고 시각이 다가오자 학생들은 하나 둘 강당에 모여들었다. 평소처럼 웃고 재잘대던 모습은 잠시, 서서히 차분한 정적에 잠겼다.
화면 앞에 앉은 학생들 사이에는 불안보다는 기대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미세하게 번진 미소와 눈빛에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손은설(2학년) 학생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부터 파면되길 바랐다”며 “오래전부터 간절했던 바람이었기에, 이번엔 정말 가능할 거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탄핵이 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다시 후퇴할까 봐 걱정”이라며 우려도 함께 전했다.

강당에 설치된 화면 앞에 모인 학생들은 숨 죽이고 선고 순간을 기다렸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생중계 장면을 촬영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각자 기기로 방송을 틀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헌재가 탄핵 인용을 암시하는 문장을 낭독할 때마다 기대는 서서히 확신으로 바뀌는 분위기였다. 강당 안 분위기도 함께 달아올랐다.

마침내 헌재 선고가 끝나자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학생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기쁨을 나눴다. 마치 강강술래를 하듯 환하게 웃고 뛰기도 했다.

4일 오전 11시 22분 헌재의 탄핵 선고 순간, 간디고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4일 오전 11시 22분 헌재의 탄핵 선고 순간, 간디고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김하윤(1학년) 학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봤고 탄핵이 확정돼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함께 봤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며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는 학생도 있었다. 임채윤(2학년) 학생은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며 깊은 감정을 드러냈다.
채윤 학생은 졸업한 선배와 함께 방학 없이 평일·주말마다 꾸준히 집회에 참여해왔다. 그는 “국민 고통과 참사를 외면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정말 싫었다”고 말했다.

특히 헌재 탄핵 선고 생중계 시청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몸으로 이해할 기회가 됐다. 학생들은 이 경험을 통해 국민으로서 권리와 책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봄(2학년) 학생은 “헌법재판소 절차를 지켜보며 민주주의 제도의 실제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상식과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교육 현장에서도 정치적 논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동현(3학년) 학생 역시 이번 경험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오늘 결과가 기각됐더라도, 우리는 그 판단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생각이 다른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황서영(3학년) 학생은 “나라가 없다면 우리가 뭘 공부하든 의미가 없다”며 이날 생중계 시청이 수업보다 더 우선순위였다고 말했다.

이번 시청은 단순히 교사가 이끈 것이 아니었다.
최보경 역사교사는 “학생들 스스로 역사적인 장면을 함께 보자고 제안했고, 교사들도 흔쾌히 동의했다”며 “민주주의는 교과서가 아니라, 오늘처럼 함께 모여 목격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배운다”고 강조했다.

전국 각 학교는 윤석열 탄핵심판 생중계를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했다. 광주·전남·충남·세종·부산·울산·인천·전북·서울교육청은 각 학교에 시청을 권고했고, 경남교육청은 학교 자율에 맡겼다.
/문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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