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조선사 RG 발급 안돼 선박 수주 포기...지역경제에도 악영향

경남 한 중형조선소는 지난해 하반기 국내 해운회사에서 중형급 화학물질운반선(Class Oil & Chemical Tanker)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 조선소는 결국 선박을 건조하지 못했다. 국책은행 등에서 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ee)을 받지 못해서다.

RG는 선박 발주사가 수주사에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을 지급했는데 나중에 선박 건조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때 미리 지급한 선수금을 떼이지 않도록 금융회사가 이를 지급 보증하는 제도다. 이 중형조선소는 선박 건조를 포기하고 인근 다른 조선사에 넘겼다. 그러나 이 건을 넘겨받은 조선사도 RG 발급에 제동이 걸려 애를 먹고 있다.

이 조선사 대표는 “국내 해운회사가 발주한 선박마저도 RG 발급을 해주지 않으니 중소조선사는 모두 망하라는 말이냐”라며 “국책은행이 대형 조선사에 해주는 RG의 10~20%만 중소조선사에 해줘도 중소조선사가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거제·통영 조선업이 활황이라고 하지만 이 지역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 왜 그런 줄 아느냐”고 물었다. 이어 “대형 조선소만 일감이 많고 그 외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조선사는 RG 발급을 받지 못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중소조선사 RG발급 문제는 단순히 중소조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중소조선사들도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미 RG를 발급받은 중소형조선사들도 수주에 제약이 따른다. RG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이 한도를 넘는 물량을 수주할 수 없고, 건조를 완료한 선박을 인도해야만 RG 한도에 여유가 생겨 신규 수주를 할 수 있다.

도내 또 다른 한 중형조선소 관계자는 “영업 비밀이어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선박·해양플랜트·풍력 등 발주처와 개발사 등에서 견적·주문이 들어오지만 RG 발급이 안 돼 일이 진척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조선사 RG 발급 문제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경제상황점검단이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를 방문했을 때도 제기됐다.

이처럼 중소형조선사들의 RG발급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위원회가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금까지는 과거 손실이 났던 실적 때문에 금융사가 RG 발급을 꺼리는데 앞으로는 수주한 선박의 가치 등을 평가해 RG를 발급하는 방안이다.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가 RG를 발급했다가 부실화하면 금융당국이 책임을 물었는데 앞으로는 ‘면책’해주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조선사가 선박·해양플랜트 등을 수주하고 회계법인 등이 이를 평가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근거로 RG를 발급하고, 나중에 손실이 나더라도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고 손실 부분은 신용보증기금이나 무역보험공사, 정부 등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허성무(민주당·창원 성산) 국회의원은 “조선업 경쟁력은 중소형조선소의 기반에서 출발한다”라며 “지난 3월 현장 방문에서 확인한 RG 발급 애로사항에 대해 금융당국과 협의해왔으며, 중소조선사 수주 활력을 위한 보증 제도 개선을 계속 촉구해왔다. 제도가 개선되고 현장에 제대로 작동하도록 끝까지 점검하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조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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