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36.5]진해 여좌동 편지현 작가와 박기정 공간 도자랑 대표
매년 군항제 기간에 맞춰, 편 작가 그림 전시
진해 특색 담은 기념품 노릇 '톡톡'
동네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

벚꽃 계절이 돌아왔다. 군항제가 한창인 요즘, 진해 여좌동에 있는 공간 '도자랑' 안에도 벚꽃 그림이 가득하다. 그림을 그린 편지현(49) 작가는 매년 진해군항제 기간, 이 공간에 벚꽃 작품을 건다. 올해로 4회째다. 도자랑은 박기정(46) 대표가 운영하는 도자기 공방으로, 박 대표가 만든 것과 여좌동 공예가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진해 벚꽃을 그리는 편지현(왼쪽) 작가와 박기정 도자랑 대표가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백솔빈 기자
진해 벚꽃을 그리는 편지현(왼쪽) 작가와 박기정 도자랑 대표가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백솔빈 기자

내 고향 진해의 벚꽃 = 편 작가는 진해에서 나고 자랐다. 그에게 벚꽃은 고향이 주는 편안함과 같다. 그는 창원시 성산구 양곡동과 진해구 태백동을 잇는 장복터널을 지나서 펼쳐지는 벚꽃을 예로 들었다. 예전에는 이 터널이 진해로 오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는 다른 동네에 나갔다가 이 터널을 지나 진해로 들어오면서 양옆으로 핀 벚꽃을 보면 '우리 동네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편 작가는 진해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해에 핀 벚꽃에 남다른 감정이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장복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벚꽃이 피어 있잖아요. 제 그림은 산에 눈이 덮여 있는 것 같은 장면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어요." 

편 작가는 벚꽃을 최대한 하얗고 맑게 표현한다. 여러 종류의 벚꽃 중에 진해를 상징하는 건 단연 하얀 왕벚꽃이란 생각에서다. 하얀 꽃이 돋보이도록 그림자를 넣는다. 수채화로 벚꽃을 최대한 실물에 가깝게 그린다. 관람객들은 사실적인 그림을 보며 원래 있는 풍경을 그대로 따라 그렸다고 오해하곤 한다. 편 작가는 꽃이 핀 형태와 나뭇가지가 뻗은 형태만 참고한다. 배경과 구상은 오로지 작가가 받은 영감에서 비롯된다. 올해는 벚꽃 배경에 낡은 컨테이너를 그렸다. 낡은 사물과 새롭게 피어나는 벚꽃을 대조했다.

진해 토박이 작가가 그린 벚꽃 그림은 자연스레 진해 지역을 상징하는 기념품이 된다. 진해를 방문한 외국인이 여좌천을 둘러보다 그의 그림을 구매하기도 한다. 편 작가를 만난 날도 영국인 마크(54) 씨가 진해 군항제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도자랑에 들렀다. 그는 편 작가가 그린 벚꽃 그림 한 점을 구매하며, 낡은 컨테이너 앞에 벚꽃이 핀 모습이 역설적으로 느껴져서 좋다고 말했다. 현재 진해 해군기지에서 근무하는 한 미군도 공간을 찾았다. 지난해 도자랑에서 편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데 이어 올해도 전시를 보러 왔다고 한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그 지역을 상징하는 물건을 사는 취미가 있다고 한다. 진해 작가가 그린 진해 벚꽃 그림 산 이유도 같은 이유였다.

고향 진해의 벚꽃을 그리는 편지현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매년 군항제 기간이면 공간 도자랑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백솔빈 기자
고향 진해의 벚꽃을 그리는 편지현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매년 군항제 기간이면 공간 도자랑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백솔빈 기자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동네 문화 활성화를 위해 공간 도자랑을 운영하는 박기정 도자랑 대표. /백솔빈 기자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동네 문화 활성화를 위해 공간 도자랑을 운영하는 박기정 도자랑 대표. /백솔빈 기자

동네 문화 살리기 = 박 대표도 공간에 전시된 작품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자 기뻐했다. 그는 도자랑을 운영한 지난 3년 반 동안 이 공간에서 전시를 18회 열었다고 한다. 모두 여좌동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나 미술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는 공간 대여비를 받지 않고 무료로 공간을 내어준다. 상품이 팔렸을 때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그는 여좌동에 터를 잡은 작가들이 마음껏 자기 작품을 전시하길 바랐다. 진해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표도 편 작가와 마찬가지로 진해 토박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 도자를 전공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진해 도심에 늘 열려 있는 작은 갤러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실행했다. 그에게 진해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법은 동네 문화를 살리는 것이다.

"저는 진해에서 제 감성이 잘 자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키워준 진해에 보답하려면 이 동네를 계속 아름답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해 군항제가 열릴 때 편 작가의 벚꽃 작품을 도자랑에서 전시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박 대표는 요즘 지역 축제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점을 꼬집었다. 외부 상인들이 음식을 팔고, 벚꽃이 상품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반면, 진해 작가가 그린 벚꽃 그림은 우리 동네 벚꽃이 지닌 순수한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공간 '도자랑' 여좌동에서 활동하는 공예가, 미술 작가 작품을 무료로 전시한다. /백솔빈 기자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공간 '도자랑' 여좌동에서 활동하는 공예가, 미술 작가 작품을 무료로 전시한다. /백솔빈 기자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공간 도자랑 내부. /백솔빈 기자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공간 도자랑 내부. /백솔빈 기자

도자랑을 통해 동네 작가가 그린 작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도 제법 생겼다. 백서윤(35·진해구 여좌동) 씨는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 7점을 구매했다. 벚꽃 그림에 따뜻함이 느껴져 좋았다고 한다. 백 씨는 스스로를 편 작가의 팬이라고 소개한다. 같은 동네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응원하는 이웃이 생긴 건, 공간 도자랑에서 동네 문화가 움튼 사례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유리창을 닦을 때면 늘 감동 받는다고 한다. 전시가 있을 때면 밤새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불을 끄지 않고 퇴근한다. 다음 날이 되면 밤새 누군가 유리에 손과 얼굴을 맞댄 자국이 남아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창문에 붙어 작품을 구경한 흔적이다. 

"보통 갤러리를 어려워하는 노인 분들이 저녁에 밖에서 구경해요. 도자랑에 전시된 작품을 재력가가 사 가는 것도 좋지만, 누구든 작품에 반응하고 감동을 얻을 때가 가장 좋아요."

도자랑이 마련한 편 작가의 벚꽃 그림 전시는 13일까지 열린다. 공간 도자랑은 창원 진해구 여좌남로 51-1에 있다. 문의 010-4748-8992.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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