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행, 헌재 마은혁 재판관 임명 결정 외면
법원·검찰 합작 '시간' 계산… 윤 대통령 구속취소
정치·행정 현안을 시간선(timeline)을 따라 다양한 시선과 경남도민일보 관점으로 정리합니다.
12.3 계엄이 내란인 이유는 법적 근거와 절차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의적인 명분만 앞세워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로 폭주한 권력을 겨우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어진 탄핵소추안 가결, 탄핵 심판 변론, 윤 대통령 구속, 국회 국정조사 등은 흔들렸던 우리 사회가 법 체계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12.3 내란 이후 100일이 지났습니다.
13일 현재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루 단위로 선고 일정과 인용·기각 뜬소문이 그럴듯한 정보로 포장돼 떠돕니다. 그사이 구속됐던 윤 대통령은 풀려났습니다. 법원과 검찰 합작으로 의심되는 기이한 법 해석과 조치 때문입니다. 이미 임명됐어야 할 아홉 번째 헌법재판관은 아직도 출근하지 못합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행사할 수 없는 권리를 행사하면서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체들이 법을 이용하고 무시합니다.
◇헌재 결정 다음 절차도 있나? = 2월 27일 헌재 판단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후보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임명 권한은 없으니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하라.
복잡할 게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최 대행은 마 후보를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법(66조)은 헌재 결정에 대해 피청구인이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정상적인 체계 안에서 최 대행에게 임명 말고 선택권이 없습니다. 현재 최 대행은 무시와 침묵으로 대처하는 중입니다.
이 와중에 헌법재판소법에 '처분 시기'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기발한 핑계까지 나옵니다. '바로', '즉시', '24시간 내' 같은 표현이 없다는 것입니다. 법을 지키지 않을 핑계를 찾다 보니 이런 창의력까지 발휘합니다.
권한쟁의심판을 낸 우원식 국회의장은 12일 "헌재 결정을 따라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전례를 만들고 있다"며 "마 후보를 즉시 임명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최정점에 있는 대행은 헌재 결정을 무시하는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김정환 변호사와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 대행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마 후보자 임명 의무를 인정한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은 최종적으로 헌재 탄핵 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법원 습격 폭동에 이어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 한국은 제대로 된 법치주의 국가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법원·검찰 합작 '윤 대통령 출소' =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항소 없이 즉시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합니다.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가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 근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적용한 적 없는 '시간 단위' 계산법입니다. 풀이법은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또 다른 근거는 수사 절차 적법성입니다. 법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 쪽 주장을 다시 볼 여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먼저 구속 기간 만료 후 기소가 이뤄졌다는 법원 해석부터 보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날은 1월 15일입니다.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한 '날짜 단위' 계산으로 하면 1월 25일 0시가 구속 기간 만료 시점입니다. 하지만, 구속 기간인 1월 17~19일 구속실질심사가 진행됩니다. 이 3일은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기소할 수 있는 구속 기간은 3일 추가됩니다. 1월 28일 0시까지 늘어납니다.
여기에 1월 16~17일 진행했던 체포적부심사 기간 역시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날짜 단위를 반영하는 구속실질심사와 달리 체포적부심사는 시간 단위를 반영합니다. 이에 10시간 32분을 추가하면 구속 만료 시점은 1월 28일 오전 10시 32분이 됩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1월 26일 오후 6시 52분에 기소합니다. 여기까지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를 뒤집는 첫 번째 법원 기술은 구속실질심사 기간을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한 것입니다. 1월 17~19일에 걸친 심사 시간이 33시간 7분이므로 구속 기간은 3일이 아니라 33시간 7분만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법원이 계산한 구속 만료 시점은 1월 26일 오전 9시 7분입니다. 윤 대통령 기소 전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기술이 들어갑니다. 검찰 계산에서 구속 기간에 추가했던 체포적부심사 시간(10시간 32분)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넣어도 되고 빼도 되는 게 아닙니다. 법으로 체포적부심사 시간은 그만큼 구속 기간에 추가하게 돼 있습니다.
구속실질심사 기간을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한 법원 판단을 적용하더라도 체포적부심사 시간을 추가하면 구속 만료 시점은 1월 26일 오후 7시 39분입니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만 적용한 새롭고 유일한 계산법을 적용해도 구속 만료 47분 전에 기소를 마쳤습니다. 이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오동운 공수처장 발언을 다시 보겠습니다.
오 처장은 "재판부 판단대로 '날'이 아닌 '시간'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하더라도 체포적부심 관련 기록이 법원에 머문 10시간 32분을 합하면 구속 기간은 1월 26일 오전 9시 7분이 아닌 저녁 7시39분까지 연장된다"며 "사건 기소는 그 이전인 저녁 6시 52분 이뤄졌고 기소 검사는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 정확히 기소 시한 47분 전 기소를 완료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처장은 또 공수처 수사권과 영장 관할에 대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서부지법 소속 각기 다른 판사 5명에게 관할권과 수사권이 있는 것을 정확히 확인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간선의 시선 = 12.3 내란 이후 100일은 법을 무시한 권력을 다시 법 체계로 가두는 과정이었습니다. 더디고 답답해도 절차에 유난히 엄격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법 체계를 뒤흔든 주체들이 다시 법을 무시하고 농락하려는 모습이 감지됩니다. 이들은 그래도 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시민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법이 우습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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