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정해졌던 시설 명칭
느닷없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변경
시민사회계, 조례 제정 사실 뒤늦게 알게 돼
오랜 숙의 끝에 모인 7개 후보 외면에 반발
국민의힘 시의원 "더 격 있게 바꾼 것일 뿐"

국민의힘이 다수의석을 차지하는 창원시의회가 최근 시민사회 합의 없이 상반기 개관을 앞둔 민주주의전당 시설 명칭을 ‘한국민주주의전당’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바꿨다. 이를 골자로 한 수정 조례가 오는 3일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건립추진위원회와 시민공청회를 거쳐 도출된 7가지 시설 명칭에 있지도 않은 이름을 사용해 사회적 합의를 깼다는 비판이 나온다.

창원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들어서는 민주주의전당. 올해 상반기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창원시
창원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들어서는 민주주의전당. 올해 상반기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창원시

◇합의 무시하고 시설 이름 바꾼 시의회 = 창원시의회는 제139회 제4차 본회의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1일 제7차 기획행정위원회에서 민주주의전당 시설 명칭을 기존 한국민주주의전당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한국민주주의전당 관리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수정안)를 가결했다. 발의자는 박선애(국민의힘, 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 시의원이다. 그는 기획행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일 회의록을 보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민주주의전당 명칭 변경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날 바로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 회의에서 변경 문제를 가장 강하게 제기한 이는 이천수(국민의힘, 구산·진동·진북·진전면·현동·가포동) 시의원이다. 그는 한국민주주의전당이 아닌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시의원은 “한국민주주의전당도 괜찮겠지만 오히려 우리가 좀 더 크게 봐서, 넓게 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며 “더 넓게 보고 크게 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을 하면 상당히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쓰게 되면 정부나 기타 제재를 받는지도 제가 여러 군데에 좀 알아보니 그런 것은 없는 걸로 판단된다”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을 하게 되면 그나마 나중에 어떤 정치권이나 정부에 우리가 이렇게 국비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많은 분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심동섭 시 자치행정국장은 “당초에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하는 걸 가지고 중앙부처하고 여러 군데 확인을 했을 때 조금 저희들이 자체적으로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며 “꼭 이렇게 국호를 쓰지 말라는 어떤 제한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국호를 써서, 우리가 쓴다는 게 좀 부담이 되어서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했다”고 답변했다.

다른 국힘 시의원 발언이 이어진 끝에 시설 명칭 변경 조례 수정안은 가결됐다. 시의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다.

◇“합의 정신 짓밟혀” 시민사회 반발 = 그동안 민주주의전당 건립추진위원회에 참여해 시설 명칭을 논의했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시의회가 마음대로 이름을 바꿨다고 반발한다. 더구나 그간 숱한 논의를 거쳐 명칭 후보로 좁혀진 △한국민주주의전당 △창원시마산민주주의전당 △창원민주주의전당 △마산민주주의전당 △한국자유민주주의전당 △한국자유민주주의집 △자유민주시민의전당, 이렇게 7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른 것이 아니어서 반감이 크다. 앞서 창원시는 시 민주주의전당 건립추진위원회 논의를 비롯해 민주주의전당 운영 활성화 시민공청회, 창원시 시정조정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9월 20일 시설명을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확정했다.

건립추진위원장을 맡은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오랜 기간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논의가 있었지만, 시의회가 합의를 깨고 다른 이름으로 바꿔버렸다”며 “우리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고 밝혔다. 주 회장은 “2주 전쯤 조례가 제정된 직후에야 시 간부와 이야기하다가 변경 사실을 알았다”며 “막무가내로 나오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립추진위원 중 한 명인 류조환 민주항쟁정신계승 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그간 시설 명칭 문제에 들인 노력이 깡그리 무시돼버렸다”며 “상식적으로 창원시가 고심해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결정하고 이를 의회에 알렸다면 그대로 하는 것이 도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들이니 이런 의미가 담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시설 명칭에 꼭 넣고 싶어 했던 걸로 보인다”며 “우리로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 중이지만, 이미 조례가 제정된 뒤에 변경 사실을 알게 돼 별다른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의회는 이런 반발과 관련해 시설 명칭 변경은 의회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박선애 시의원은 “기존 7가지 안이 있었지만, 이것저것 거론된 이름이 잘 추려져 있지 않았다”며 “더 격 있게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명칭에 자유가 왜 안 들어가느냐는 항의가 많았다”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면 국비를 따내기도 좋고, 그 안에 자유라는 뜻도 들어가 있어 서로 마음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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