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공소 사실 부인
명 "검찰, 공수처에 고발하겠다" 으름장
증거 인멸 교사 주장에 검찰 헛웃음도
공판준비기일 추가 2월 17일 열릴 예정

불법 여론조사와 공천 장사 등의 의혹을 받는 명태균 씨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재판 내내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다. 명 씨는 “검찰이 짜깁기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검찰을 몰아세웠다. 검찰은 명 씨의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12월 24일 자 10면 보도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김인택 부장판사, 강웅·원보람 판사)는 20일 오후 법정 315호에서 명 씨와 김영선 전 국회의원 등을 불러 정치자금법 위반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이날은 공판준비기일이었으나 검찰과 피고인의 공방으로 흘러갔다.

이날 명 씨와 김 전 의원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두 사람은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 강혜경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강 씨가 자신이 저지른 횡령을 덮으려고 사건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명태균 씨가 2024년 11월 8일 오전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명태균 씨가 2024년 11월 8일 오전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명 씨의 법률 대리인 남상권 변호사는 “패턴(잠금)이 걸린 휴대전화 안에 검찰의 공소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있다”라며 “이 휴대전화 속 대화 내용이 확보된 상황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증인신문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씨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관련자들에게 주입하면서 허위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조작한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공소장에 첨부된 녹취록은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강 씨와 내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라며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녹취록만 공소장에 발췌돼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의 반복된 요구에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면서 “증인신문 전에 전체 녹취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김 전 의원은 강 씨가 자신을 위해 돈을 썼다고 하기에 채무를 갚기 위해 돈을 입금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변호인보다도 더 많이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변호인이 가지고 있던 증거 목록을 자기 앞으로 가져와 넘겨 보는가 하면 변호인과 웃으면서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명 씨는 마스크를 끼고 법정에 나타났다. 그동안 명 씨는 법정에서 침묵을 지켰으나, 이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명 씨는 변호인에게 마이크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피고인석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놓으면서 말할 기회를 살폈다.

명 씨는 검찰을 향해서 날을 세웠다. 명 씨는 “휴대전화 포렌식(전자 법의학)을 명료하게 하고, 증인들을 불러서 대입하면 되는데 검찰이 짜깁기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명 씨는 담당 검사들을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측은 “당시 명 씨가 휴대전화를 마창대교에 버리라고 처남에게 지시했는데 쓰레기통에 버렸다길래 당신이 직접 버리면 되지 않느냐, 직접 폐기할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추궁했었다”라며 “그걸 두고 명 씨가 검사가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운운하는 것 같은데 (조사 당시) 영상 녹화본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명 씨는 검사가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폐기하라”, “휴대전화를 반납하면 우리도 부담스럽다”, “검사는 빠르게 결정하는 일을 훈련받는다”, “검사는 후퇴할 수 없다”, “이건 정해져 있다”는 말을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공수처에서 조사하면 나올 거다. 본인도 그렇게 짜깁기해서 조사 한 번 받아봐라”고 말하면서 마이크를 거칠게 내려놨다.

검찰은 명 씨의 주장에 헛웃음을 보이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검찰과 명 씨 사이 공방이 계속되자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명 씨는 자신의 무릎 관절 상태가 악화된 것을 이유로 들면서 병보석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대로 두면 영구적으로 장애가 생길 수 있다”라며 “무릎이 다 돌아갔다. 내가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명 씨는 법정 가운데로 나아가 재판부에 무릎을 보여줬다.

재판부는 이날도 명 씨의 병보석 청구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판을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피고인 측 의견을 반영해 추가로 공판준비기일을 잡았다. 다음 재판은 2월 17일 오후 3시로 잡혔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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