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8명과 비교해 2명 늘어
조선업 밀집 거제 등서 산재 잦아
다단계 재하도급 '물량팀' 확대 탓
"2인 1조 어기고 안전 관리 허술"
올해 경남지역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 숫자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조선소 중대재해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달 16일 기준 올해 경남지역 사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50명이다. 올해를 2주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지난해 48명보다 2명 늘었다. 이는 잠정 집계된 수치로 산업재해 조사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지청별로 살펴보면 양산지청(양산·밀양·김해)이 사망자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통영지청(거제·고성·통영)이 13명, 창원지청(창원·함안·창녕·의령)이 10명, 진주지청(진주·하동·거창·합천·남해·사천·산청·함양)이 8명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사망자 수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조선업 산업재해 증가가 꼽힌다. 크고 작은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통영·고성 담당인 통영지청이 파악한 산재 사망자 수(잠정 집계)를 보면 지난해 7명에서 올해 13명으로 늘었다. 사고 보도 등 확인된 조선소 사망자가 12명이다. 사고 유형은 폭발, 깔림, 맞음, 추락 등으로 공정을 가리지 않았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중대재해 급증 이유로 다단계 재하도급(물량팀) 증가를 지목했다.
거제 한화오션 하청업체에서 17년간 취부사(도면대로 가용접하는 노동자)로 일한 이학수(46) 씨는 “올해 들어 하청 업체가 재하청을 주는 일을 받는 물량팀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그동안 하청 상용직으로 있던 사람들도 돈을 더 많이 주는 물량팀으로 옮겨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량팀은 다단계 하청 말단으로 불리는데, 일정한 물량을 받아 공정을 마치면 임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조선소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
이 씨는 “물량팀은 일을 빨리 마무리할수록 돈을 더 받는 구조이다 보니까 안전은 뒷전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며 “2인 1조 작업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다반사고 최근에 큰 사고만 안 났을 뿐이지 매일같이 사내에 구급차가 왔다 갔다 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원청인 한화오션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소는 대다수가 밀폐 공간이다 보니 작업을 하다 보면 가스가 차는 경우가 많은데, 하청 직원들이 가스가 찬다고 하면 괜찮다고 말하고 원청 직원이 말하면 작업이 중지된다”며 “사람 목숨 값이 원청이냐 하청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하청 노동자로서는 허탈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작업 중지 문제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원하청 관계없이 작업자 스스로 위험 요인을 발견하면 즉시 작업 중지를 시킨다"며 "원하청에 따라 작업 중지 여부가 달라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조선소 산재 사망 유가족도 원청 책임을 언급했다. 지난 8월 19일 폭염에 장시간 노출돼 허혈성 심질환으로 사망한 한화오션 도장 노동자 ㄱ(64) 씨 유족은 “아버지 동료에게서 평소에도 2인 1조가 잘 지켜지지 않고 폭염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하청 노동자들이 스스로 안전을 챙길 수 없는 환경에서는 원청이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원청의 책임감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안준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안전부장은 “하청 노동자가 직접 생산 80%를 차지하는 상황인데도 원청은 하청 노동자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며 “그러다 실제 하청 노동자가 다치면 그거는 하청 업체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말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조선소 물량이 늘면서 일은 많아졌는데 결과적으로 안전 관리는 소홀했던 셈”이라며 “사법부도 조선소처럼 위험이 예상되는 사업장에서 벌어진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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