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통영촛불집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
윤석열ㆍ김건희 캐리커처 그린 팻말 만든 자매도
통영운동본부, 매일 북신동서…13, 14일은 강구안

엄마·아빠는 트로트 가수 영탁·장민호 팬클럽 응원봉을, 자녀들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크래비티 팬클럽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닮은 듯 다른 응원봉에는 '탄핵' '체포'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10일 오후 6시 30분 통영시 북신동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헌법 유린 내란주범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통영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 6일 시작된 통영촛불집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가족이 있다. 광도면에서 사는 박종숙(59)·최순자(52) 씨 부부와 세 자녀 중 첫째인 다은(18) 양과 막내 해환(12) 군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딸은 시험기간이 겹쳐 빠졌다.

최 씨는 "(둘째 아이가) 하필 사회과목 시험 범위에 신군부, 서울의 봄, 계엄 등이 나와 공부하던 중 이번 계엄 사태를 보게 된 것"이라며 "(신군부와) 똑같이 하더라면서, 지금 시험이 문제냐며 집회에 같이 나오려고 하는 걸 겨우 말렸다"고 전했다. 시험이 끝나는 이번 주말부터는 온 가족이 함께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날 네 가족은 각자 좋아하는 가수들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영탁 응원봉을 든 최 씨는 "콘서트 갈 때에만 쓴다고 귀하게 모셔놨는데 이렇게 들고 나올지 몰랐다"며 웃었다.

각자 좋아하는 가수 응원봉을 들고 통영촛불집회에 참가한 박종숙, 최순자 씨 가족.
각자 좋아하는 가수 응원봉을 들고 통영촛불집회에 참가한 박종숙, 최순자 씨 가족.

최 씨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참가할 당시 첫째가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때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 같다"면서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 또래 아이들에게 대통령이 두 번이나 탄핵당하는 걸 보여 줘서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능을 마친 고3 다은 양은 시민 자유발언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은 양은 "처음에는 계엄 선포가 안 믿기고, 계속 뉴스 속보를 찾아보니 화가 났다"며 "나도 민주주의 국가의 한 국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 이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집회에)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계엄이라고 해도 언론기관이나 반대 세력을 탄압할 수 있어도 국회를 막는 것은 위법"이라며 "탄핵안이 의결 될 때까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환 군은 "갑자기 계엄을 선포하니까 당황스러웠다"며 "계엄을 선포할 때 조건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 씨는 "계엄 발표를 듣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이들 생각하니 현실이 될까 봐 겁이 나더라"면서 "서울까지 못 가더라도 지역에서도 촛불집회를 한다는 걸 알고, 아이들이 먼저 가자고 하면서 응원봉도 준비해서 같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LED 촛불 대신 윤석열·김건희 캐리커처를 그린 팻말을 손수 만들어온 자매도 있었다. 이들 자매는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해 나라가 존망 위기에 달려 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당 타령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밝혔다.

한 자매가 윤석열 김건희 캐리커처를 직접 그려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봉화 기자
한 자매가 윤석열 김건희 캐리커처를 직접 그려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봉화 기자

윤석열퇴진통영운동본부는 6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7일 죽림 내죽도공원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9일부터는 매일 같은 시각 북신동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곳은 윤석열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한 정점식(국민의힘, 통영고성) 국회의원 지역사무실 맞은 편이다. 

통영운동본부 측은 "지난 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퇴장하면서 탄핵소추안 의결이 무산되는 걸 지켜봤다"며 "그들에게는 민주주의도 국민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있었다. 국민의힘 해체와 윤석열 퇴진 때까지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운동본부는 탄핵 재표결을 앞두고 오는 13·14일에는 강구안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더 많은 시민이 동참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봉화 기자

윤석열퇴진통영운동본부가 9일부터 12일까지 오후 6시 30분 북신동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9일 집회 모습. /정봉화 기자
윤석열퇴진통영운동본부가 9일부터 12일까지 오후 6시 30분 북신동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9일 집회 모습. /정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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