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에 연말 손님 뚝 끊겨
지역마다 임대 펼침막 곳곳에 나붙어
한 자영업자 "빨리 나라가 안정되길"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내란 사태로 우울한 연말에 맞딱뜨렸다. 예년 같았으면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단체 회식 예약이 이어질 시기지만 올해는 경기침체에 내란 사태 여파까지 덮쳐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7면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배주원(34) 씨는 “마산 합성동과 창원 상남동에서 고깃집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매년 어려웠지만, 올해는 특히 어렵다. 탄핵 정국이 되면서, 단체 예약 손님이 크게 줄었다. 정국이 혼란스러우니,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한숨 쉬었다.
인근에서 또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이는 “우리는 타격이 크지 않지만, 진해 군부대 앞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가게는 직격탄을 맞았다. 단체 예약 취소가 줄이어서 연말에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양산의 한 자영업자는 “단체 예약 손님을 받아본 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어구이점을 하는 백 모(46) 씨도 “요즘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연말에 보통 손님이 많은데, 단체 손님 수가 뚝 떨어졌다. 나라가 어수선하니까 소비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공서 인근 음식점은 특히 타격이 큰 분위기다. 창원시청 등 관공서가 많은 용호동 한정식집 관계자는 “관공서를 대상으로 주로 영업을 하는데,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서 예약 자체가 드물었는데 탄핵 정국이 되면서 아예 예약이 없다. 비상계엄 직후에는 20명 예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빨리 나라가 안정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이렇다 할 반등을 꾀하지 못한 가게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고금리장기화로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카페는 어수선했다. 카페 입구에는 ‘영업 종료, 그동안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손 글씨와 임대 펼침막이 붙었다.
1년 7개월간 이곳을 운영한 30대 이 씨는 “월세,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에다 배달 수수료 부담도 컸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니 더 지갑을 열지 않았다. 가게를 유지할수록 손해여서 이제는 그만두기로 했다. 자영업은 그만두고, 취업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제가 문을 닫고 임대 현수막을 붙일 때 인근에 다른 비슷한 업종의 가게들도 폐업을 했다. 손님들이 동시에 가게들이 다 문을 닫으면 어떡하느냐며 찾아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인근 문구점도 점포 정리가 한창이었다. 직원 2명이 점포 물건을 가지런히 놓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는 ‘전 품목 현금가 50%’, ‘전 품목 세일’이라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한 직원은 “이곳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아쉽다. 우리도 10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다. 동네에 학령인구 자체가 줄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이 줄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해온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가 어려워 영업이 잘 안 되다 보니, 임대료가 비싼 신축 건물 자영업자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1, 2층짜리 공간에서 영업을 하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넉 달 전 문을 닫았다. 지금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문 닫으려는 곳이 많다. 얼마 전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폐업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당장 부동산 중개 일을 하는 우리도 어렵다. 다들 부동산 중개소 수수료 때문에 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서 부동산 임대·매매가 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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