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들 사이 정치적 왕따, 하지만 외롭지 않다"
"국정 농단에 계엄령까지…이대로 있을 수 없다"
7일 오전 8시 서울 가는 더불어민주당 마산회원구 임대 관광버스 안.
어색했던 마이크 인사 시간이 60대 ㄱ(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씨의 '뜽금포'로 분위기가 풀렸다.
"또래들 사이에서 내가 정치적으로 왕따아임미꺼. 저거는 대부분 보수가 맞다고 떠드는데, 나는 아이거든. 저거가 다 맞는 기 아이잖아요?"
공감의 박수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맞습니더!" "이해합니더!"
응원에 고무된 ㄱ 씨 목소리가 더 커졌다.
"윤석열 되고 나서는 내가 테레비를 안 켭미더. 켜면 뉴스가 나오고 그걸 들으면 미칩미더. 지금은 테레비고 리모콘이고 먼지가 소복합미더."
"그런데 뭐 예? 계엄령? '계엄령'이라카먼 저는 온 몸이 오그라듭미더. 섬뜩해서. 그런데 세상에 그걸 들고나왔능기라."
"내가 미치고 펼펄 뛰니까 딸이 안되것다 카면서 여기 가보라꼬 예약을 해주데예. 만날 집에서 떠들지 말고 국회 가서 실컷 떠들라꼬!"
공감의 소리가 다시 터져나왔다. "그라입시더!" "오늘 윤석열이 끌어내립시더!"
탑승객 44명 중 50∼60대 아재들의 공감도가 특히 높았다.
오전 11시 청주 인근에 예약된 갈비탕 점심 자리에 이들이 모여 앉았다. 50대 ㄴ(김해시 장유면) 씨가 ㄱ 씨를 이해한다면서 말했다.
"저는 평소 정치 이야기는 안 합니더. 모이먼 '보수꼴통들' 목소리가 크니까 고마 가마이 있습미더."
"그런데 또 이런 사태가 왔습미더. '국정농단세력'에 국민들이 얼마나 치를 떨었는데, 그래서 8년 전에 박근혜를 탄핵했는데…"
"제가 분해서, 울분이 차올라서 참을 수가 없어서, 오늘 버스 탔습미더!"
옆자리 50대 ㄷ(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씨도 응원했다.
"잘 나왔습미더. 이래 서울 촛불집회 가는 버스 타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만날 수 있어서 좋습미더."
"고함도 지르고, 절대 내가 외롭다고 '쫄' 필요가 없습미더."
이윽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윤석열 퇴진 국민대회'가 시작됐다.
10만이 모인 거대한 '광장'에서는 대화가 필요없다. 밀리는대로 밀리고, 들리는대로 듣고, 소리지르면 된다.
소리의 끝은 한결같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
5시 10분께, 집회가 끝나자 민주당 마산회원구 지역위원회 측에서 제안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더. 집회도 끝났고, 버스로 돌아가 국회 표결처리 중계방송을 보시지예."
참가자들이 반대했다. 아재들 목소리가 특히 컸다.
"그냥 여기서 결과를 기다립시더. 국회 앞에서 촛불집회하러 온 거 아입미꺼."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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