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말고 자연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 많지만
정부 "효과 있다" 주장...밀양 등 방제구역 지정

산림청 주도 소나무재선충 방제 정책은 효과적인가, 비효과적인가. 이 물음에 환경단체들은 열이면 열 후자에 손을 든다. 2000년대 들어 숱한 방제가 있었지만, 좀처럼 재선충병(단기간에 나무가 죽는 시듦병)을 잡지 못해서다. 같은 이유로 오랜 기간 나무를 연구한 전문가들도 방제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산림청은 비판 견해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국내 전체 산림 37%를 차지하는 소나무를 지키겠다며 방제에 여념이 없다. 밀양을 비롯해 울주·경주·포항·안동·구미·양평 등 전국 7개 시군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하고 피해 나무를 잘라 파쇄한다. 그래도 특별방제구역은 지난해에 비해 피해량이 최소 40%, 최대 70% 이상 늘었다. 확산세가 커 문제가 심각하다.

임상섭 산림청장이 지난 19~20일 밀양 등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전국 7개 시군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산림청
임상섭 산림청장이 지난 19~20일 밀양 등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전국 7개 시군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산림청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재선충병 확산을 산림재난이라고 규정한 산림청 방제 정책에 불만이 많다.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 힘을 쏟는다는 판단에서다. 홍 교수는 지난 26일 오후 8시 기후위기 시대, 소나무재선충을 주제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이 마련한 온라인 특강(‘소나무재선충, 재선충이 재앙인가 방제가 재앙인가’)에서 방제 사업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발제에서 “그동안 산림청은 훈증 방법이 방제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는데 지난 국정감사에서 산림청장은 효과가 없다고 이실직고했다”며 “효과적이지 않다고 봤다면 이제 그만하는 게 맞지만, 그러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문제라고 말하지만, 사실 고사해도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며 “재선충병이 생긴 소나무가 죽은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참나무 등이 자라 소나무 숲보다 더 울창한 활엽수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소나무 집단 고사가 우리 숲 쇠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빠르게 좋은 방향으로 발달할 수 있다”며 “산불로 소나무가 다 죽더라도 불과 5년 만에 엄청난 활엽수 숲으로 바뀌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생태적 천이(식물 군락이나 종들이 시간에 따라 변해감)를 거쳐 10년 정도 지나면 대단한 활엽수림이 될 수 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면서 “척박한 숲에서 생태적 건강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는 건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밝혔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지난 26일 오후 8시 기후 위기 시대, 소나무재선충을 주제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가 마련한 온라인 특강에서 발언하고 있다. /갈무리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지난 26일 오후 8시 기후 위기 시대, 소나무재선충을 주제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가 마련한 온라인 특강에서 발언하고 있다. /갈무리

아울러 방제 정책 자체가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현재 산림청은 지자체와 함께 지난달부터 병에 걸린 나무를 벌목 후 이를 수집해 파쇄하거나, 산림에 그물망을 쳐 벌레를 잡는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임상섭 산림청장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7개 지역을 찾는 등 직접 상황을 챙기고 있다. 방제 작업은 벌레가 확산하는 내년 3~4월까지 이어진다.

홍 교수는 “정말 좋은 방법은 숲을 그대로 두는 것”이라며 “재선충병이 생겨 소나무가 죽더라도 앞으로 100년 동안 그대로 두면 우리 두 후손 후에는 정말 훌륭한 숲을 볼 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간 산림청이 소나무를 심는 이유로 역사성, 상징성, 국민 정서를 내세웠었는데 요즘은 편백을 소나무 사이 사이에, 산길과 도시 숲길 등에 심고 있다”며 “참나무 숲이 더 마땅하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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