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도내 시군 12곳 발병률 오름세
전문가들, 방제 사업 세금 낭비 지적
도·산림 당국 "효과 있다" 주장 반복
엇갈린 견해 속 기존 사업 추진 강행

도내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에 걸려 죽고 있다. 올해 경남도가 도내에서 확인한 고사목만 20만 그루를 웃돈다. 지난해 대비 총량은 줄었지만, 시군 절반에서 피해목 발생은 늘었다. 방제 작업이 대부분 지역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산림당국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방제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밀양시 삼랑진읍 우곡리 염동마을 한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발갛게 말라 죽었다. /김구연 기자
밀양시 삼랑진읍 우곡리 염동마을 한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발갛게 말라 죽었다. /김구연 기자

◇시군 18곳 중 12곳, 재선충 증가 = 25일 경남도가 집계한 ‘시군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발생·방제 현황’을 보면 올해 재선충 피해 소나무는 도내 전체 소나무 45만 1190그루 가운데 21만 871그루다. 두 그루 중 한그루 꼴이다. 이 수치는 재선충병이 가장 많이 확산하는 지난해 10월~올해 4월 사이에 조사됐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해송·잣나무 등이 단기간에 고사하는 ‘시듦병’을 말한다.

시군 12곳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재선충병 발생이 늘었다. 창녕이 7768그루에서 1만 5921그루로 가장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어 △진주(3062그루 → 1만 3622그루) △김해(5175그루 → 1만 2019그루) △통영(2246그루 → 7280그루) △양산(6816그루 → 9621그루) △의령(4121그루 → 6545그루) △거제(4111그루 → 5942그루) 순이었다. 반면 밀양은 지난해 피해목 18만 8709그루에서 올해 9만 2994그루(특별지정구역 포함)로 2.03배 감소했다.

최근 3년간 재선충발병률은 변동 폭이 작지 않다. 그러나 도와 산림청은 매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병에 걸린 나무를 벌목 후 이를 수집해 파쇄하거나, 산림에 그물망을 쳐 벌레를 잡는 작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산림당국은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확산세가 커진다며 경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방제 사업을 하고 있다. 기간은 지난달부터 내년 3월까지(제주는 4월까지)다.

색이 바랜 채로 죽어 있는 밀양지역 소나무들. /독자
색이 바랜 채로 죽어 있는 밀양지역 소나무들. /독자

◇“세금 쏟아부어도 효과 미미” = 전문가들은 방제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잇단 사업 추진에도 재선충 확산 문제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림청이 재선충병을 잡을 수 있다고 한 게 10년이 훌쩍 넘었다”며 “안되는 거를 할 수 있다고 하더니 결국 잡지 못했고, 재선충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재선충병을 잡겠다는 것은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을 박멸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면서 “방제 사업은 한마디로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확산이 심할수록 방제를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는 “우선순위를 두고 방제 작업을 해야 한다”며 “통도사나 운문사, 해인사 같은 사찰림을 포함해 하동 송림 등 천연기념물 지정 소나무 숲이나 울진 금강송 군락지, 안면도 소나무 숲 등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 위주로 선별 방제하고, 나머지 산림에는 개입하지 말고 자연에 맡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밀양 명례성지 재선충 피해 소나무. /독자
밀양 명례성지 재선충 피해 소나무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다. /독자

소나무를 죽게 놔두고 자연스럽게 수종이 바뀌게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 대표는 “기후위기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온을 낮춰주는 기능은 소나무보다 더 넓은 잎을 가진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림이 효과적”이라면서 “소나무 제거·처리에만 한그루에 15만 원 정도 든다는데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경남도와 산림청은 기존 사업을 멈출 뜻이 없다고 밝혔다.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관계자는 “방제가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고사목을 제거하는 수종 전환 사업도 진행해 문제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 산림관리과 관계자는 “방제하지 않으면 소나무가 80% 이상 죽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집단 발생지는 모두 베기를 하고 편백이나 참나무, 백합나무 등을 양묘해 연차적으로 확대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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