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시정조정위원회 심의 때
'자유민주주의전당' 후보군 올라
재심의 결정...시 "이른 시일 결론"
조례 따른 건립 추진위 결정 반해
시민 대상 선호도 조사 진행 안해
"자치단체 깜깜이 논의 이해불가"
창원 ‘민주주의전당’이 자칫 ‘자유민주주의전당’으로 개관할 수도 있겠다. 창원시 안팎에서 벌어지는 ‘자유’ 밀어넣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들어서는 민주주의전당은 3.15의거, 4.19혁명, 부마민주항행, 6.10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운동 역사를 기록하는 공간이다.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고 미래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 친화적 역사·문화 공간으로 가꾼다는 게 건립 목적이다.
창원시는 10일 시정조정위원회를 열었다. 장금용 1부시장이 주재하고 실·국장 12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주의전당’ 명칭안을 심의했다. 7개 명칭 후보 중 ‘한국민주주의전당’과 ‘한국자유민주주의전당’ 두 가지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위원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해당 안건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심동섭 자치행정국장은 “건립 추진위에서 나온 안은 아니지만 시민공청회에서 나온 ‘자유민주주의전당’을 포함해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25일 이전 재심의를 거쳐 명칭을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명칭 사이에 들어가는 '자유' 한 단어를 둘러싼 논란은 간단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내에서 역사적으로 '반공'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곤 했다. 이승만·박정희 정부는 이 개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연설 때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세력을 배제하는 표현으로 '자유'를 남용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역사학계는 반공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과정을 미화하며 상대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자유'가 활용되는 것을 비판적으로 경계하고 있다.
창원시는 ‘자유’를 포함한 명칭 심의 배경으로 시민공청회를 내세우고 있다. 8월 13일 마산합포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시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 한 명이 “입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내용도 전시 구성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마산에 사는 시민’이라고 소개한 발언자는 손종식 바른가치실천운동본부 대표다. 그는 최근 마산국화축제 이름에 ‘가고파’ 삽입을 주도했다.
당시 공청회는 명칭 관련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었다. 시가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공간 활용과 관리·운영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장, 최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이병훈 창원대 문화테크노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해 전시 콘텐츠와 인력 운용 방식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미디어 콘텐츠는 휘발성이 강해 지역사 자료와 유물 자료 확보 중요성과 함께 사업 지속성을 위해 민주주의 전당과 연계한 민주성지 탐방 코스 발굴 필요성 등이 주요하게 언급됐다.
이전까지 논의 과정을 되짚어도 ‘자유’ 등장이 느닷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전당 건립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자문하는 기구는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건립 추진위원회’이다. 2022년 조례를 근거로 설치됐으며 위원회 구성원은 민주단체 대표를 비롯해 역사학·건축학 교수, 경남도의원, 창원시의원, 시 담당 과장 등이다.
5월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시에 건의한 명칭 후보군에 ‘자유민주주의전당’은 없었다. 시는 5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6월 중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서면지를 병행한 명칭 선호도 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름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호도 조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전당 건립 추진위원인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전당은 창원시 주도로 발족한 건립 추진위원회가 숙의 과정을 거쳐 명칭에 대한 몇 가지 안을 정해 시에 전달했던 것”이라며 “애초 건립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름을 논의 선상에 올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류조환 민주주의전당 건립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시정조정위원회 소식을 전혀 듣지도 못했고 ‘자유민주주의전당’이라는 명칭을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운 행보”라며 “27일 건립추진위 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그전에 시가 깜깜이 방식으로 명칭안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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