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중 기록 연일 경신 행진
젊은 여성 팬 증가도 한 몫 차지해
콘서트보다 비용·시간 아끼며
좋아하는 선수 응원 '가성비' 넘쳐
구단도 이들 겨냥한 상품 내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장마 기간이 지나고 비로소 무더위가 찾아왔다. 온종일 무더운 탓에 에어컨을 끄지 못하고 집이나 실내 안에만 있거나, 시원한 곳을 찾아 휴가를 떠난다. 바람 없이 내리쬐는 햇살에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힘겹게만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뜨거운 여름을 에어컨도 없는 야외에서 함성과 응원으로 이겨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로 프로야구를 보러 가는 팬들이다. 티셔츠 한 장만 입어도 더운 날씨에 유니폼까지 껴입고 시원한 음료와 맛있는 음식을 싸들고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자 야구장으로 떠난다.
과거 야구 직관 문화는 '아저씨, 남자들의 오락거리'라 치부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 지금은 야구장에 '아저씨'들을 포함한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홀로 경기장을 찾거나 가족, 친구 간 삼삼오오 모여 야구장을 찾는 풍경도 일상이 됐다. 다양한 조합으로 야구장을 찾지만 그중에서도 청년 세대의 야구장 방문이 눈에 띈다. 오히려 응원석에는 야구를 주로 소비하던 이들보다 청년 세대의 비율이 더 높다. 특히 여성 팬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보인다. '아재 팬(아저씨 팬)'의 자리를 대체한 여성 청년 팬층이 야구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저씨들의 문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지난달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총관중 605만 7322명을 기록했으며 개막 후 418경기 만에 600만 관중 돌파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는 지난 2012년 419경기 만에 달성했던 역대 최소 경기 600만 관중 기록을 12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이러한 상승세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40여 년 만에 1000만 관중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해당 기록이 발표 난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오늘은 더 많은 관중을 이끌었을 거라 예상한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야구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전국의 여러 야구장이 전 좌석 매진이 되는 등 야구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 지역의 창원NC파크도 26일부터 28일까지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했던 주말 3연전의 각 경기 1만 7000여 석이 모두 판매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올해 한국 프로야구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2030세대 여성을 꼽는다. 실제로 한겨레가 인터파크티켓과 티켓링크를 통해 최근 세 시즌(2022~2024년 6월 16일) 입장 구매자의 나이별, 성별 비중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대 여성의 표 구매율이 크게 두드러졌다. 3년 내내 여성 구매자 비중이 남성 구매자보다 높기도 하고, 특히 2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절반에 다다랐다. 이렇듯 야구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여성들을 사로잡고자 각 구장에서는 여러 전략을 내세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성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2030 여성들이 야구 직관 문화에 관심을 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프로야구 문화가 이들이 소구하던 아이돌 팬덤 문화와 닮아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오며 오프라인 아이돌 팬덤 활동이 어려워지자, 즐길 거리를 찾다 발견한 것이 야구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농구나 배구를 보러 가는 것은 비교적 대중이 찾는 경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야구는 젊은 세대보다 아저씨, 중년 남성들이 보러 가는 거란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경기장에 놀러 가서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이 나와 같은 또래 친구들이었다."
박주희(24·직장인) 씨는 직관 문화를 체험해 본 이후 본격적으로 야구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방에 거주하면 친구들이랑 모여서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 카페나 식당, 술집에서 맛있는 걸 먹고 헤어지는 게 전부다. 그래서 새로운 즐길 거리가 필요했는데, 야구장에서는 이러한 갈증을 풀 수 있어 좋다." 박 씨는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으로서 야구 직관 문화가 새로운 취미 생활이 되어주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연고지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있는 야구장의 특성상,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좋은 즐길 거리가 되어준다. 이 점은 아이돌 문화를 즐기던 청년층에 더 크게 와닿았다.
"지역에서 아이돌 콘서트를 보려면 무조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 어림잡아도 티켓 15만 원, 교통비 10만 원, 숙박비 10만 원이 드니 정말 부담스럽다. 그러나 야구장은 공연 티켓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동하는 데에 큰 비용과 수고도 필요하지 않으니 더욱 반갑다."
대학생 백수경(23)씨는 아이돌 팬덤 활동을 할 때보다 가성비 있다는 점을 야구 관람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아이돌 가수들을 직접 보려면 콘서트를 가거나 공개방송 등을 찾아가야 한다. 찾아가더라도 멀리서 구경하거나 만날 기회도 한 해에 많지 않으며, 기회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야구는 이에 비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경기도 자주 열려 각자 스케줄에 맞게 이동하면 된다.
"콘서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야구장에 가보니 선수를 응원하는 응원가도 중독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열심히 응원하다가 해당 선수가 좋은 성과를 내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더는 아이돌 콘서트를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하듯 백 씨는 야구 직관 문화의 매력이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돌 팬덤에 속해 있지 않아도 미련이 없다고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이 많아지자,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서는 아이돌 팬덤 활동과 야구 직관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장단점에 관한 글이 큰 주목을 받았다.
"야구장에서는 신분증을 제시해서 본인 확인을 안 해? 야구장 안에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괜찮아? 소지품 검사도 심하게 잡지 않는다고?"라며 야구 직관을 처음 해보는 아이돌 팬이 작성한 글이 큰 반응을 끌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 외 입장과 음식물 반입을 금하는 콘서트와 비교했을 때,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란 것이다.
아이돌 가수 팬덤과 스포츠 팬 문화가 일부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이돌 팬 일부가 야구로 눈을 돌리며 팬 문화 또한 함께 가져온 영향도 크다. 프로 구단도 이들의 수요를 반영해 선수들의 경기 전후 모습이나 비하인드 영상 등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여 SNS에 업로드한다. 이러한 변화가 여성 팬들을 꾸준히 유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여성 소비자의 덕심을 잡는 요소 중 하나는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할 수 있는 소품과, 구단과 관련된 상품이다. 응원봉을 구매하고 굿즈를 구매하던 아이돌 문화가 프로 야구에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아이돌 팬덤 문화인 포토 카드 인증숏을 야구 팬 문화에도 적용해 매달 선수들의 랜덤 포토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대중이 선호하는 캐릭터와 협업해 관련 상품을 내놓는 것도 인기다. 구단이 상징하는 동물과 관련된 귀여운 캐릭터가 새겨져 있으니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캘래버 제품을 구하고자 '오픈런'을 하거나, 예약 구매를 위해 알람을 맞춰놓는 등 2030 여성이 야구 직관 문화에 몰입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야구 직관 문화에는 2030 여성은 물론이고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이 있다. 특히 가장 더운 기간에는 워터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야구와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구장별로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공지 사항을 잘 참고하여 예매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번 여름에는 오로지 야구 경기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한 야구장에 한 번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정유정 시민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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