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 <언터처블:1%의 우정>(2012)

전신 마비된 억만장자 필립
무일푼 백수 간병인 드리스
서로 삶의 동반자 되기까지
'다름' 극명하게 드러내는 요소

영화 〈언터처블〉 /갈무리
영화 〈언터처블〉 /갈무리

먼저 영화에 대한 간단한 정보다. 2011년 개봉한 이 영화는 두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미 TV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 바 있는 유명한 이야기에 픽션이 덧붙여진 것이다. 개봉 당시 영화는 4억 달러가 넘는 수익으로 당시 비영어 영화로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 해, 국내에서도 개봉해 170여만 명이 관람하며 지금까지의 프랑스 영화 중 흥행 1위의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원제는 <언터처블>. 하지만, 국내 포스터엔 '1%의 우정'이란 부제가 달렸으며 '상위 1%의 귀족남과 하위 1%의 무일푼이 만났다!'라는 문구도 새겨졌다. 1987년 개봉한 '브라이언 드 팔마'의 걸작과 구분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제37회 세자르영화제 8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영화 평가 사이트 '썩은 토마토(로튼 토마토)'에서는 관객 점수 93%를 기록하였으며 국내 네티즌의 평가도 대체로 9점 이상이었다. 이쯤이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 냈기에.

프랑스의 어느 대저택, 면접을 위하여 사람들이 모였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억만장자 필립의 간병인을 뽑는 자리. 모두가 저마다 장점을 어필하는 가운데 한 흑인 청년이 무례하게 자리를 파고든다. 빈민가를 떠돌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용되었다가 6개월의 형을 마치고 출소한 드리스다. 그렇지만, 그는 이 일에는 관심이 없다. 빨리 구직 활동을 증명하는 사인을 받아 생활보조금을 받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필립은 지금은 바쁘니 내일 받으러 오라며 그를 돌려보낸다.

그렇게 다음 날, 서류만 받아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건만 한 직원이 나서 필립의 일정과 간병을 위한 정보를 알려준다. 합격한 것이다. 해야 할 일이 그리 달갑지 않기에 거절하려는 드리스. 하지만, 2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필립의 비아냥에 오기가 발동, 게다가 주어지는 보금자리도 훌륭하니 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두 1%의 동거가 시작됐지만 음악 취향을 포함해, 어느 하나 어울리는 것이 없으니 늘 좌충우돌이다. 필립의 어느 친구는 드리스의 정보를 들려주며 그를 내보내라 필립에게 충고까지 한다. 그러나 필립은 이를 거절한다. 자신을 장애인이 아닌 것처럼 유쾌하게 대해주는 것이 좋은 것이다.

영화 〈인터처블〉. /갈무리
영화 〈인터처블〉. /갈무리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가끔 나에게 휴대전화도 내민다니까. 날 장애인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해 주는 거야. 손가락 까딱 못하는 내 주제에 어디 출신인 게 중요한가?"

그렇게 수직적 관계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난, 그리고 서로 가지지 못하는 것을 채워주며 친구가 되어가는 그들. 필립을 보좌하며 집을 돌보는 직원들도 이제 처음엔 부담스럽던 드리스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드리스의 상황이 녹록지 못하다. 어머니의 건강도 염려스러운 데다 빈민가의 어두운 일에 발을 들이려는 반항기 가득한 동생도 걱정이다. 그러다 결국 사고를 치고 마는 동생. 주저하는 드리스를 향해 필립은 '떠나야 하지?'라며 먼저 말을 꺼내고 이 또한 그를 위한 배려다. 그렇게 드리스는 떠났다. 그리고 필립은 새로운 간병인을 맞이한다. 하지만, 지켜야 할 건강도 위급한 상황에 대한 대처도 드리스가 있을 때만 못한 상황. 그 덕에 삶의 활기를 찾아가던 필립은 이제 과연 어떻게 될 것이며, 드리스는 돌아올까? 그들의 우정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일까?

영화 〈언터처블〉. /갈무리
영화 〈언터처블〉. /갈무리

두 남자의 다름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 속 여러 장치가 있지만 가장 선명한 것은 음악적 취향이다. 필립은 지닌 지위답게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 이러한 설정이니 당연 클래식의 많은 명곡이 장면을 아울러 등장하며 그 시작부터 노골적이다. 영화의 초반, 거대한 저택 면접을 위하여 대기 중인 사람들을 비추며 흐르던 곡이 너무나도 사랑받는 클래식의 명곡이기 때문이다. 서정으로 가득한 피아노 선율. 과연 무슨 곡이었을까? 바로 쇼팽(Frederic Chopin·1810~1849)의 시정이 가장 절묘하게 녹아있는 작품 '녹턴'(Nocturne), 그중에서도 'Op. 9 No.1'(in B-flat minor)이다.

'야상곡'으로 번역되는 녹턴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는 영국의 작곡가 '존 필드'였다. 이는 벨칸토 오페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소위 손가락을 부르는 노래라 하겠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계승,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 바로 쇼팽의 녹턴이다. 그 역시도 벨칸토 오페라에 빠져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겠다. 이러한 장르의 탄생, 계승, 그리고 발전은 피아노의 발전에 기인한 바 크다. 감정을 표현함에 악기가 지닌 표현력의 확장은 쇼팽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하였고 녹턴은 이에 가장 효과적인 장르적 부응이었다. 하니 듣다 보면 마치 밤의 길을 혼자 걷는 듯 외로우며 처연하다. 이는 쇼팽이 남긴 가장 내적인 심상이요 밤의 노래(야상곡)로 담아낸 신비로움인 것이다. 그렇게 쇼팽은 총 21개의 녹턴을 남겼고 그 기간은 평생에 걸치며 그에게 가장 내면적인 작품이 되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이 작품들로 인해 지어졌다 해도 좋을 만큼이다.

이 중 영화에 등장한 'Op. 9 No.1'은 쇼팽의 처음으로 출판된 3곡의 녹턴 중 첫 번째이며 녹턴 1번으로 통한다. Op.9에 포함된 세 작품은 1830년과 1831년 사이 작곡되었으며 이 중 No.2는 21곡의 녹턴 중 가장 유명하고도 사랑받는 곡이다. 소개하는 No.1 역시 이에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는 걸작으로, 8분 음표의 아르페지오 반주에 맞춰 피어오르는 구슬픈 선율은 낭만적 서정의 극치로 처음 듣는 순간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영화 〈언터처블〉. /갈무리
영화 〈언터처블〉. /갈무리

"육감적이지만 꿈과 감미로움이 충만하다. 그것은 황혼을, 밤의 정적을 그리고 그것이 일깨워주는 상념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레데릭 닉스-

앞서 언급했듯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면, 1% 우정이란 무슨 말일까? 포스터의 문구처럼 상위 1%와 하위 1%가 만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우정을 채워나간단 뜻일 게다. 하지만, 상당히 낮은 확률의 우정이라는 뜻도 내포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1%라는 숫자가 오히려 없음만 못해 보일 지경이다. 사람이 평등하다고,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절대적인 진리처럼 떠들지만 과연 그러한지 묻는다면 세상 돌아가는 걸로 보아 흔쾌히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수직적 관계의 하위에 존재하는 사람들, 소위 슬픔의 삼각형 중 아래 꼭지에 있는 이들에게 그저 뜬금없을 뿐이다.

  /심광도 시민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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