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인력 공급 업체 통한 불법파견 만연
이주 노동자 대거 유입돼...'안전 사각지대'
근로계약서 미작성·4대 보험 미가입 일상
"정부, 적극적인 단속·처벌 강화 시급해"
중소 제조업에서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 한 축에는 인력 공급 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현행 파견법상 제조업에는 노동자 파견이 불가능한데 인력 업체와 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파견 노동자는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채 기본 권리마저 제약받는다. 고용노동부 단속 강화와 관련법 재정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력 공급 업체와 중소 제조업 등이 엮인 불법파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던 문제다. 9일 오전 찾은 창원시 의창구 한 인력 사무소 유리창에도 버젓이 공장에 인력을 공급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인터넷 상에도 관련 광고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에 노동자를 파견할 수 없도록 한 파견법이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 인력 공급 업체 소장 ㄱ 씨는 “작은 공장은 대부분 사람 받아서 쓴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런 식으로 많이 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ㄱ 씨는 이주민 노동자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인력 업체를 찾는 이들 대부분이 미등록 이주민인 까닭에 불법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력 사무소 절반 정도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가져다 쓴다고 봐야 한다”며 “그렇게 보내진 외국인들은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물론이고 4대 보험도 가입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ㄱ 씨는 “작은 공장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고용된 외국인일 텐데 그거 하나하나 문제 삼으면 공장 문 닫아야 한다”며 “불법 체류자라고 단속만 할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일을 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은 인력 공급업 전반에 깔려 있다. 기업은 급할 때 잠깐 쓸 노동자를 인력 업체에 요청하고 업체는 노동자를 제공하는 대가로 10% 남짓 수수료를 챙긴다. 노동자 안전이나 불법 여부는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인력사무소장도 “공장에서는 하루 전날 전화해서 다음 날 사람을 좀 구해달라고 말한다”며 “단기로 쓰는 인력이다 보니 안전교육은 생략하거나 구두로 알려주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일회성으로 쓴 노동자들은 쉽게 해고되고 자주 다친다.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참사로 사망한 노동자 23명 가운데 20명도 파견 업체 소속이었다.
김승미(바른길노무사) 노무사는 “외국인 중에서는 소속된 회사와 실제 일하는 회사가 다른 경우가 많고 체류 신분에 문제가 있으면 아예 회사에서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하라고 하는 일도 있다”며 “산재 보상이나 퇴직금 등 지급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런 사례는 정확한 숫자도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노무사는 “인력 사무소는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을 잘 모르니 노동자를 업체에 소개해줄 뿐이라고 말한다”며 “반대로 업체는 자기네들 책임을 인력사무소에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정부가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서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안산 반월·시화공단을 아우르는 노조 월담 이미숙 위원장은 “기업들은 상시 업무임에도 정규직 직원은 뽑지 않고 파견 노동자를 쓰고 있다”면서 “고용 안정성 노력은 안 하면서 그저 파견 노동자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상시 업무라면 직접 고용하게끔 관련 법을 더 촘촘하게 세워야 한다”며 “이를 어겼을 때는 기업에 위협이 될 정도의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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