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서 2시간 15분간 회담했으나 견해차만 확인
민주당 "민생회복지원금·이태원 참사 전세사기 특별법
R&D 예산 복원·채 해병 특검,·김건희 여사 의혹 정리" 요구
대통령 '여야정민생협의체' 제안에 민주당 "국회 활용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2시간 15분간 회담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720일 만에 이뤄진 첫 회담이었다. 정부와 야당 간 견해차가 드러났다.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을 놓고 이견만 확인했다. 별도 합의문을 도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회담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상견례 이후 A4 용지 10장 분량 원고로 준비해 온 모두 발언을 읽었다. 이 대표는 원고에 전 국민 민생회복 긴급조치(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전세사기 특별법 △의료개혁 △연금개혁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결 △채 해병 특검법 △가족과 그 주변인 의혹 정리 △재생에너지로 산업 재편 △한일-한중-남북관계 등 실용주의 외교 지향 내용 등을 담았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태원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고 채수근 해병 사건과 이태원 참사 특검 수용을 요청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에 필요한 화두를 가감 없이 던진 셈이다. 15분 여 이어진 이 대표 발언을 들은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다. 평소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온 이야기이기에 이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후 비공개 회담에서 이들 의제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회담 후 양측은 브리핑에서 견해차를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민생 경제와 의료개혁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와 민생 문제에 깊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에 이르진 않았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며 의료개혁 공감대를 성과로 꼽았다. 이 수석은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 대표는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여야정민생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국회를 활용하자고 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여야정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측은 "국회라는 공간이 원래 정책을 논의하고, 법을 만들고 예산도 협의하는 자리이니만큼 정치 복원이 되면 여야정 협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견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여야정민생협의체는 민주당이 요구한 민생회복 긴급 조치(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통령 결단을 주문한 데 대해 대통령이 현재 편성된 소상공인 지원, 서민금융 확대 방안,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 등 예산 집행이 먼저인 점을 강조하면서 그 가동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이 민생회복 긴급 조치를 결단하는 게 먼저라고 했으나 윤 대통령이 자신의 태도를 고수해 추가 논의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국가 R&D 예산을 두고 이 대표는 당장 석·박사 연구보조금 삭감 문제가 있으니 추가경정예산으로 복원·증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으나 윤 대통령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R&D 예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내년 예산안 반영만 언급해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금개혁을 두고도 민주당은 공론화위원회 결론이 나온 만큼 21대 국회 내 정리를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에서 더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회담은 이 대표 모두 발언 제안 내용에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다만 이 대표 질문에 윤 대통령 답변이 길어 정부의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남발, R&D 예산, 연금·의료개혁, 특별법, 여야정민생협의체 등에 국한됐다. 민주당은 "시간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이 대표가 15, 윤 대통령이 85를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은 공히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선 서로 공감했다"고 전제하며 "소통은 이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만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어서 어떤 형식이든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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