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엿보기]민주당 후보가 흰 점퍼를?

당 상징색 파란색 옷 외 흰옷 자주 입어
진해 내 보수세 의식해 '중도 확장' 의도
당내 우려 시선에는 "이기는 게 중요해"
이재명 당 대표 진해 유세 초청도 신중
여야 막론하고 '험지'선 흰옷 착용 늘어

4.10 총선 창원 진해 선거구에 출마한 황기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 상징색인 파란색이 아닌 흰색 옷을 입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황 후보는 진해 일부 지역에서는 당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가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주민들과 만난다. 진해는 군항이 있는 해군도시다. 해군사관학교 등 군항 인근 충무동·여좌동·태백동 등 서부 원도심 지역은 군인과 그 가족 등을 중심으로 보수 표심이 강하다. 해군 가족이 아니어도 진해 유권자들은 보수정당에 표를 많이 던지는 편이다.

진해는 자은동·석동·풍호동 등 중부지역, 부산항 신항을 낀 용원 등 동부지역 신규 택지에 젊은 층 인구가 크게 늘어 민주당 세도 점차 커지는 추세이지만 서부 원도심 보수 표심은 여전히 견고하다.

황 후보는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 전략을 펴는데, 서부지역에서만큼은 당 상징색인 파란색이 아닌 흰색에 파란색 글자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주민과 만난다. 흰색 점퍼가 아니면 정장을 착용하는 편이다. 보수세가 강한 태백동 일대 주민들이 재개발 여파로 대거 이주한 웅동 일대에서도 흰색 옷을 자주 입는 편이다.

 

황기철 더불어민주당 창원 진해 후보가 당 상징색인 파란색이 아닌 흰색 옷을 입고 유권자 주민과 만나고 있다. /황기철 페이스북
황기철 더불어민주당 창원 진해 후보가 당 상징색인 파란색이 아닌 흰색 옷을 입고 유권자 주민과 만나고 있다. /황기철 페이스북

황 후보는 “4년 전에도 그렇지만 주로 서부지역은 당 상징색인 파란색 옷을 입고 명함을 드리려하거나 인사를 하면 주민들이 거부감을 보인다”며 “특히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반감을 크게 드러내는 편”이라고 밝혔다.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군 출신인 점도 이 같은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주민은 해군참모총장 경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소속이 민주당이라면 고개를 젓기 일쑤다. 군항 주변 고령층이 많은 원도심 특성을 파악해 중도와 보수층까지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당색을 강조하지 않는 활동에 민주당 도당 등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황 후보는 “중부와 동부지역에서는 당 상징색인 파란색 옷을 주로 착용하고 주민과 만나고 있다”며 “선거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해 국회의원 선거는 황 후보와 국민의힘 이종욱 후보 대결로 치러진다. 진해 출신인 이 후보는 조달청장을 지냈다.

황 후보는 이달 초 친민주당 성향 언론인 김어준 씨가 만드는 유튜브 프로그램 <겸손은 힘들다>에 같은 당 민홍철 김해 갑·김정호 김해 을·김두관 양산 을·허성무 창원 성산 후보와 함께 출연했었다. 이때도 파란 옷을 입은 김정호·김두관·허성무 후보와 달리, 민홍철 후보 함께 정장 차림으로 방송에 임했다.

황 후보 측은 보수 표심을 고려해 이재명 당 대표 지역 유세 초청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지역 내에 민주당은 좋아도 이재명이 싫다는 말도 많이 나와 고민”이라고 말했다.

 

황기철 더불어민주당 창원 진해 후보가 당 상징색인 파란색 옷을 입고 주민과 만나고 있다. /황기철 페이스북
황기철 더불어민주당 창원 진해 후보가 당 상징색인 파란색 옷을 입고 주민과 만나고 있다. /황기철 페이스북

경남에서도 창원 진해는 민주당 후보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분류되나 단 한 번도 보수정당 소속 외 인물이 당선한 적 없는 ‘험지’라는 인식을 견지하는 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험지에서 당 상징색이 아닌 옷을 입고 유권자와 만나는 모습이 종종 보이고 있다. 서울 내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서초 을 선거구에 출마한 홍익표 후보, 강남 을에 나선 강청희 후보도 흰색 옷을 착용하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한 언론에 “흰색이 시선에 잘 띄는 장점이 있어 주로 입는다”며 “과거부터 흰색은 여야 모두 후보 경쟁력에 좀 더 주목해 주길 바랄 때 입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기 수원 정 선거구에 나선 이수정 후보가 흰색 옷을 입고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가까이 와서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하시지만 빨간 옷을 입고 나가면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김두천 기자

#경남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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