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청 마산해양신도시 유치’. 시장 선거 공약일까, 국회의원 공약일까?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부 예비후보가 제시한 ‘지역공약’ 중 하나다. 마산해양신도시는 가포신항 건설 과정에서 파낸 흙으로 바다를 메운 인공섬으로 옛 마산시 시절부터 표류해온 민자사업이다. 인공섬에 시청사를 지어 활로를 되찾겠다는 구상은 기시감을 일으킨다.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창원시장 후보 공약에 이미 등장했었다.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약속하는 ‘공약’이 22대 총선 정국에서도 분별력 없이 남발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지역개발이나 민원 해결 공약도 여전하다.
국회의원 공약은 국가 정책과 입법, 지역 현안 등으로 나뉜다.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들은 지역 유권자에게 호소할 공약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도내 총선 예비후보 75명도 저마다 지역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창원지역 일부 예비후보는 개발제한구역을 ‘전면 해제’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도시 경관을 정비하고 환경을 보전하고자 1971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은 국토 5.4%가 지정됐고 서울과 광역시, 도내에서는 창원과 김해 일부 지역에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은 정부에 있고, 일부 면적을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관련 입법을 제외한다면 국회의원 권한 범위라고 보기 어려운 공약이다.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자치단체장처럼 케이블카 조성, 관광 인프라 확충 공약도 하고 있다.
자치단체 청사나 공공복지시설을 새로 짓겠다, 요즘 유행하는 파크골프장을 건립하겠다는 등 공약은 ‘특별교부세’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별교부세는 행정안전부가 특성이나 시급성을 고려해 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재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개인기로 확보했다며 치적을 홍보하는 사례가 빈번해 빈축을 산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은 국가대표인데 15%가량만 입법공약이고 나머지는 지역개발 민원 해결사를 자처하는 공약”이라며 “지역민원 공약은 국회의원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많은데도 총선 때 생색 내고 선거가 끝나면 관심도 없다가 다음 총선 직면해서는 잘했다고 큰소리치는 양상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힘이 있다고 예산이 집중된다거나 특별교부세 배분이 쏠린다는 흔적을 실제로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성과 없는 요란한 선물보따리 타령으로 선거가 엉망이 되고 있는데 입법공약 중심으로 경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도내 전직 국회의원도 “국회의원 후보 지역공약은 철저하게 공익적이어야 한다”며 “인구감소, 기후위기, 불평등 같은 너나 할 것 없이 인식하는 시대정신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약에 수반하는 재원조달 방안이 제시돼 유권자가 이행 가능성과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나 자치단체장 선거 후보는 재원을 추계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예산 조정권이 없다는 이유에서 빠져있다.
‘빈 공약’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반길 소식은,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나란히 저출생 대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모처럼 정책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예비후보들 중에서도 정치개혁 방안으로 지방선거 상향식 공천, 중대선거구제 도입 공약을 내놓은 이도 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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