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비롯한 도내 5개 지청
1월 예산 입급 전 특활비 사용
전국 55개 검찰청에서 지출 포착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위반 의혹
"비밀 잔액이라는 게 존재 자체가
공공조직 등에서 있을 수 없는 일"

<뉴스타파>가 제안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에는 <경남도민일보>(경남)를 비롯해 <뉴스민>(대구·경북), <뉴스하다>(인천·경기), <부산MBC>(부산), <충청리뷰>(충북·충남) 등 5개 매체가 참여합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도 힘을 보탭니다. 공동취재 내용은 <경남도민일보> 자체 기획과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뉴스타파>(newstapa.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이 매년 1월 첫 예산이 지급되기도 전에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해 남은 예산을 다음 연도로 넘겨 써서는 안 된다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이 사실상 검찰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전년도에 다 쓰지 못한 특수활동비를 이른바 ‘비밀 금고’에 모아뒀다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 지검·지청에 전달되는 특수활동비는 약 2~4억 원 수준으로 대검찰청이 지역별 검찰청에 매달 일괄 입금한다.

창원지방검찰청을 비롯한 5개 지청(거창·마산·밀양·진주·통영) 역시 매달 특수활동비를 대검찰청에서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 각급 검찰청 계좌로 새해 첫 특수활동비를 입금한 날은 △2018년 1월 12일 △2019년은 1월 14일 △2020년은 1월 10일이다.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이 지켜졌다면 새해 첫 예산 배정 전 특수활동비 지출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간 경남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급 검찰청은 특수활동비를 지급받아 사용했다.

창원지방검찰청이 2018년 1월 12일 전 지출한 특수활동비. 창원지검이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예산을 배정 받은 일은 2018년 1월 12일이다. /갈무리
창원지방검찰청이 2018년 1월 12일 전 지출한 특수활동비 내역. 창원지검이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예산을 배정 받은 일은 2018년 1월 12일이다. 다시 말해 1월 첫 예산을 배정 받은 1월 12일 전에는 특수활동비 집행이 불가능하지만 창원지검은 13차례에 걸쳐 517만 원을 사용했다. 이른바 '비밀 금고'에 전년도에 남은 특수활동비를 모아두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갈무리

창원지검은 대검찰청을 통해 특수활동비를 배정받기 전인 2018년 1월 12일 전까지 13차례에 걸쳐 517만 원을 사용했다. 1월 9일에는 2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진주지청 역시 같은 기간 9차례에 걸쳐 509만 원을 사용했다.

통영지청은 경남지역 다른 검찰청과 달리 2018~2020년 3년 내내 새해 첫 예산 배정 전 특수활동비를 지출했다. 2018년에는 58만 1000원, 2019년은 135만 원, 2020년은 140만 원을 사용했다. 도내 6개 지검·지청이 이렇게 사용한 특수활동비만 모두 1991만 5900원이다.

이런 식으로 전년도 예산을 반납하지 않고 해를 넘겨 쓰는 것은 국가재정법 3조에 규정된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해 연도의 수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다. 또한, 남은 예산을 1월 20일까지 국고에 반납하도록 규정한 국고금관리법 시행령 위반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 같은 의혹은 공동취재단이 특수활동비 증빙서류를 받은 검찰청 65곳 가운데 대검찰청과 지난해 개청한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을 뺀 63곳 중 55곳에서 드러났다. 전체 87.3%가 새해 첫 입금일 전에 특수활동비를 지출했다. 55개 검찰청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월 첫 입금일 이전에 지출한 특수활동비 총액은 2억 7891만 5760원이다.

이 기간 문제가 된 55개 검찰청은 ‘남은 특활비가 0원’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결국 각급 검찰청은 어디엔가 쌓아둔 특수활동비를 어떠한 감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고 있었던 셈이다.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 이렇게 관리되는 특수활동비는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총장, 각 검찰청 지검장, 지청장, 부속식 직원 등 극소수만 파악하고 있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대검찰청 저수지는 좀 큰 저수지라면 일선 검찰청에는 작은 저수지들이 있다”며 “특수활동비를 쓰다가 연말에 잔액으로 남으면 비밀리에 그것을 또 다음해에 옮겨 쓰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대표는 “이러한 특활비는 국회나 국민 통제를 벗어난 돈으로 검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처럼 돼 버리는 것”이라며 “이런 비밀 잔액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공공조직, 정부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정리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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