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예산 탐구생활’은 <경남도민일보>가 시작한 ‘검찰, 하얀 장부’ 기획 외전(外傳)입니다. 스핀오프(spin-off) 비슷한 것입니다. 방대한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묵직하고 복잡한 취재 과정과 내용을 독자에게 최대한 가볍고 알기 쉽게 전하겠습니다. 온라인 전용 기사인 ‘검찰 예산 탐구생활’ 구호는 “기자가 힘들어도 독자는 편하자”입니다.


 

오랜만입니다. 물론 그동안 ‘탐구’를 멈췄던 것은 아닙니다. 국회 국정감사 기간 언급되는 특수활동비 관련 이슈를 정리하면서 한참 전에 이번 원고 얼개를 대부분 작성했습니다. 누구도 강요한 적 없지만 혼자 정한 일정에 맞추면 ‘검찰 예산 탐구생활’은 지금 12회 정도 공개됐어야 합니다.

그래도 이선균 씨 이슈는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연이어 터진 남현희 씨 이슈 앞에서는 하염없이 무력했습니다. 체감상 대한민국 뉴스 시장이 초토화되는 듯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9월 14일부터 ‘검찰, 하얀 장부’, ‘검찰 예산 탐구생활’ 기획 기사 21건을 내는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지인들이 느닷없이 남현희 씨 안부(?)를 물었습니다. 지금도 이선균·남현희 씨 관련 내용은 포털에 퍼진 뉴스의 절반 만큼도 모릅니다. 한동안 감히 ‘검찰 장부’ 이야기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외쳤습니다.

“그래, 우리가 졌다. 고마 해라 이것들아!”

다음 기사를 준비하는 기자들에게 마감 일정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시민사회부 기자들은 ‘검찰 예산 검증’ 말고 매듭지어야 할 각자 기획이 차고 넘칩니다. 어쨌든 한차례 뉴스 폭풍우가 지나갔으니 다시 검찰 예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마침 11월 7일 자 <경남도민일보>에 ‘검찰, 하얀 장부’ 추가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언젠가 ‘검찰, 하얀 장부’ 기획을 접한 경찰이 자신 있게 “우리는 검찰처럼 저런 식으로 특활비를 쓰지 않는다”고 말해서 준비한 기사입니다.

[검찰, 하얀 장부]현금 쓰는 검찰, 카드 쓰는 경찰… 불투명한 장부 공개 마찬가지

당사자들은 매우 ‘큰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어쨌든 검찰과 경찰이 투명성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찬란한 공직사회를 기대합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보도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해 <경남도민일보>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기사를 늘 '단독'(?)으로 쓰는 박신 기자입니다. 희노애락 모두 써먹을 수 있는 저 표정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김연수 기자

이번에 준비한 내용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주민(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 갑) 의원이 검찰에 보낸 특수활동비 관련 질의·답변(서면)입니다. 공동취재단에 참여한 <부산MBC>가 확보해 공유한 자료입니다. 지난 9월 14일부터 진행한 ‘검찰 예산 감시 공동취재’를 중간점검하는 의미로 보면 좋겠습니다. 발췌한 내용과 더불어 늘 그렇듯 적절한(?) 해설로 이해를 거들겠습니다. 

 

문) 격려금으로 적시하고 기밀 수사에 집행한 특활비의 구체적인 수사 활동 내용

답) 수사 등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해당 활동을 수행하는 검사 등이 선지출한 경비를 특수활동비로 사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격려'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특수활동비의 예산 편성 목적에 맞게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 및 정보 활동 등에 집행되고 있습니다.

☞ 특수활동비는 기밀 수사에 제한적으로 쓰게 돼 있습니다. 지출 내역을 적는다면 '폭력조직 조직원 미행', '마약 거래 현장 추적'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격려금'은 안 됩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쓴 '내 돈'을 특수활동비로 나중에 보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쓴 '내 돈' 범위는 따로 제한이 없기에 결국 특수활동비를 '제한 없이' 쓴 게 됩니다. 해명이 이상해지는 지점입니다.

 

문) 집행 목적을 '격려금' 등으로 다르게 쓰고 추후 특활비로 사후 보전하는 행위의 법령과 지침 위반 여부

답)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특수활동비의 구체적인 지급방법, 지급시기 등은 각 중앙관서가 개별 업무 특성을 감안하여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사 등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해당 활동을 수행하는 검사 등이 선지출한 경비를 특수활동비로 사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격려'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특수활동비의 예산 편성 목적에 맞게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 및 정보 활동 등에 집행되고 있습니다.

☞ 그래서 특수활동비를 '사후 보전' 용도로 쓰는 게 맞냐고 묻습니다. 그렇게 써도 되고 '격려'라는 관행적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내용을 따지면 우리는 제대로 썼다고 답합니다. 그렇게 쓰면 안 되는 이유를 앞서 지적했고 뒷 부분은 '믿음' 영역에 해당합니다.

 

문) 총무과 등 비수사 부서의 수사 활동 진행 방법

답) 검찰의 수사·정보활동은 수사·비수사 부서로 일률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우며, 비수사부서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수시로 수사·형집행 업무에 투입·편성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수활동비 특성상 구체적인 집행 내역은 밝히기 어려우나,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를 위한 잠복근무, 압수수색 현장수사 지원, 재산형 집행을 위한 정보수집 활동 등에 집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기밀 수사에 쓰는 특수활동비를 왜 수사를 하지 않는 부서에 지급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일은 구분하기 어렵지만 예산 집행은 억지로라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남용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검찰이 압수 수색을 하고 나서 상자를 들고 나오는데 비수사 부서 직원이 함께 상자를 들고 나옵니다. 특수활동비를 지급해야 할 수사 활동입니까? 지금 그렇다고 답한 듯합니다.

 

문) 5년의 예산 자료 보존 기간을 지키는 청과 지키지 않은 청들이 발생하게 된 경위

답) 2017년 5월 대통령 지시로 이루어진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당시 폐기 관행을 확인하고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를 5년간 보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였습니다. 다만 일부 검찰청은 2017년 9월 제도개선 이전까지 그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있다가 제도개선이 되면서 기존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그렇다고 합니다.

 

박주민 의원 질의에 대한 검찰 서면 답변입니다. <부산MBC>가 확보해 공유했습니다. /부산MBC
박주민 의원 질의에 대한 검찰 서면 답변입니다. <부산MBC>가 확보해 공유했습니다. /부산MBC

 

문) 예산 자료 보존 기간 위반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계획 여부와 검토 결과 제출 가능 여부

답)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에 대하여는 매년 대검찰청 자체 사무감사와 법무부의 정기적인 점검, 법무부 특수활동비 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집행 내역을 점검받고 있습니다. 특수활동비 집행과 관리에 있어 투명성과 적정성을 기하기 위해 더욱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 취재 과정에서 법무부 정기 점검 결과 자료를 일부 확인했습니다. 공동취재단에서 오남용을 발견한 시기에 대한 점검 결과는 '문제 없음'이었습니다. 공동취재단은 대부분 가리고 먹칠한 자료 중 아주 일부의 일부에서도 문제된 지출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체' 감사와 점검에 무조건 신뢰를 보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문) 지난 회계연도에 보관했다가 새해 연초에 정기분 예산이 입금되기 전에 쓰는 돈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답) 특수활동비의 특성상 구체적인 집행·관리 방법을 밝힐 수 없으나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및 감사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특수활동비를 집행·관리하고 있습니다.

☞ 일단 공동취재단에게 '특수활동비의 특성상'으로 시작하는 위 답변은 아주 익숙합니다. 복사해서 붙이기 같은 인상을 줄 정도입니다. 뭔가 답하기 곤란할 때 쓰는 관용구처럼 다가옵니다. 한마디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지침 대로 잘 쓰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입니다. 지침에 따라서 특수활동비를 집행·관리하지 않은 듯하여 물었는데, 답할 수는 없고 지침 대로 하고 있다니 질문과 답이 끝없이 순환합니다.

위 질문은 오는 9일(목) 오후 예정인 공동취재단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내용입니다. 그래서 마치 예고편처럼 남겨두고자 합니다.

 

<경남도민일보>는 겸허하게 이선균·남현희 씨 이슈에 패배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는 아직 질 수 없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검찰 예산 검증 기획의 목적이 뭔가? 검찰 부조리를 밝혀서 책임지게 하면 끝인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목표는 더 넓은 범위로 향합니다. 세금 쓰는 기관이면 그 어디라도 시민 감시와 견제를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당연한 명제를 부정하는 이들이 특권층입니다.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아래에 붙인 <뉴스타파> 최근 보도를 통해 '검찰 예산 검증'을 응원하는 분들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엿보기를 기대합니다.

/시민사회부 종합

 

 

 

 


취재   김다솜 박신 이동욱 이승환 최석환
공동취재   뉴스타파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도움 주신 분   김남원 김연수 김태진 남석형 손유진 이창우 정종엽 조재영 주성희 최환석
특별히 고마운 분   김연수(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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