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 특활비 상세 지출명세 '비공개'
집행 총액만 공개..."기밀 유지 필요" 주장
검찰과 다르다던 경찰 "식비 등에 쓴다"
검찰 특수활동비 사용처는 ‘기밀 수사’로 한정돼 있습니다. 대부분 현금으로 집행하기에 오남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밀 수사’라는 용도는 감시와 견제를 피하는 핑계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검찰은 곤란한 질문을 ‘기밀’을 내세워 피하곤 했습니다. 특수활동비는 검찰만 쓰는 예산이 아닙니다. 검찰처럼 수사가 주요 업무인 경찰도 특수활동비를 씁니다. 경찰 특수활동비 용도 역시 검찰과 다를 게 없습니다. 경찰은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보도를 접한 경찰들은 대부분 ‘우리는 검찰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특수활동비 용도가 제한적이고 금액 단위도 적다는 점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현금 지출이 대부분인 검찰과 달리 경찰 특수활동비는 카드 결제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특수활동비 지출에 대한 내부 감사 체계도 더 강하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청구 신청으로 경남경찰청에 일정 기간 특수활동비 지출 자료를 요청했다.
◇특수활동비 장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 = 경남경찰청에 요청한 자료는 2017년 1월~2023년 10월 특수활동비(수사·정보비) 지출 총액과 연도별 지출 내역이다. 경남경찰청 △수사과(사기·횡령·배임 등 수사) △여성청소년과(성범죄 아동범죄 학교폭력 등) △교통과(차량 사고 등) △안보수사과(간첩·내란 등)는 연도별 특수활동비 중 수사비 지출 총액만 공개했다.
자세한 지출 내역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비공개했다. 경찰이 내놓은 비공개 사유는 다음과 같다.
‘수사비 상세 지출 내역의 경우 사건개요, 수사 진행과정, 상세 수사기법, 피의자·피해자·제보자 등 사건관계인의 인적사항 등 기밀유지가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4·6호에 의거 비공개하고, 연간 배정총액과 집행액만 공개합니다.’
정보 공개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경찰도 검찰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상당 부분 가렸지만 예산 집행 날짜와 금액은 일자별로 남겨둔 검찰 자료가 더 나은 수준이다. 검찰 예산 공개와 관련해 ‘사용자 이름, 참석자 숫자 등 일부 정보를 제외한 집행 일자, 금액, 장소 등은 공개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와 상당히 어긋난다.
경찰 관계자는 "지출 내역에 수사 관련 내용을 매우 상세하게 남기다 보니 특수활동비 예산 명세 공개가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사건 내용이 모두 드러나면 기밀 사항이 유출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예산 내역을 가리고 먹칠한 검찰 해명과 별로 차이가 없다.
◇현금 쓰는 검찰, 카드 쓰는 경찰 = 특수활동비 운용에서 검찰·경찰 차이점을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이 ‘검찰과 다르다’고 내세울 만한 몇 가지 차이는 있다.
먼저 검찰은 대부분 지출이 현금 결제다. 기획재정부 지침은 카드 결제를 권고하지만 지출 내역을 보면 대부분 현금이다.
반면 경찰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빼면 대부분 특수활동비를 카드로 집행한다. 정보공개청구로 구체적인 예산 내역을 확인할 수 없지만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도 상당히 자세히 남기지 않으면 비용을 보전받기 어렵다고 한다. 비용 보전 신청 때 사건번호까지 제출 서류에 남기기도 한다.
수사관 ㄱ 씨는 "출장 장소와 목적, 특수활동비 용도 등을 자세하게 기록하게 돼 있다”면서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얻고 어디서 잠복하다가 어떤 과정에서 돈을 썼는지 기록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수사관 ㄴ 씨는 "구체적으로 용처를 밝히지 않으면 바로 감사가 들어오고 환수조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특수활동비 지급은 즉흥적이지 않다는 점도 언급됐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보면 용도와 액수를 미리 산출한 예산안을 근거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연말연시, 명절, 검사장 인사 등 특정 시기에 지출이 몰린다거나 ‘격려비’ 같은 집행 내역은 즉흥적이라고 의심할 만한 집행 형태다. 반면 경찰은 특정 시기에 집중되거나 튀는 집행 내역이 없다고 밝혔다. 또 현금으로 개인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찰 처지에서 상대적으로 집행 금액 규모 차이도 큰 편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지출액은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 몇천만 원 단위 규모도 예산 자료에 나온다.
한 경찰은 “검찰이 한 번에 집행하는 특수활동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놀랐다”며 “경찰에게 특수활동비로 몇십만 원씩 목돈을 지급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찰·검찰 예산 집행 감시와 통제는? = 경찰 예산 집행은 경찰청 본청 단위 감사를 연 2회 받는다. 본청 단위 감사 기능과 별도로 지방경찰청에는 청문 감사 인권담당관이 있다. 경남경찰청은 청문 감사 인권담당관실 안에 감사계와 감찰계를 두고 있다. 특수활동비 감사는 감사계가 맡는다.
본청 소속 경찰관 ㄷ 씨는 “애초에 두루뭉술하게 예산을 편성하지도 않고 요청할 수도 없으며 감사 강도도 상당히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사용 목적 기재 단계부터 부실하면 바로 감사 대상이다. 부정 사용이 확인되면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감찰계 감찰도 진행한다.
검찰은 지금까지 특수활동비 등 예산을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근거로 법무부 자체 감사 결과를 내세웠다. 하지만 법무부 자체 감사에서 예산 오남용이 지적된 사례는 없다. 공동취재단은 ‘문제가 없다’는 기간에 해당하는 예산 자료에서 드러난 오남용 사례를 이미 여러 차례 공개했다.
◇특수활동비로 수사 비용 보전? = 경찰 특수활동비는 △기획 정보활동 △치안 활동 지원 △공공안녕 정보활동 △대테러 상황 관리 △외사경찰 활동 △수사 지원 △안보 수사 역량 강화 등에 써야 한다. 목적이 그렇고 실제 지출 항목은 식비, 유류비, 숙박비가 많다. 물론 ‘정보를 얻거나 수사할 때’라는 단서가 붙기는 한다.
특수활동비 지출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이유는 ‘기밀’이라는 비용 성격 때문에 오남용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업무경비’나 ‘업무추진비’로 쓸 수 있는 비용을 특수활동비로 쓰지 못하게 하는 지침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검찰과 경찰 모두 일상적으로 지출하는 수사 비용을 보전하는 성격으로 특수활동비를 지출하는 일도 잦다.
정보관 ㄹ 씨는 "경찰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특수활동비로는 보통 누군가와 만나서 밥을 먹거나 기름값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은 특수활동비로 나오는 수사비 말고 따로 지급되는 수당이 없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시간외수당도 없고 야근수당도 없고 휴일수당도 없다”며 특수활동비를 부당하게 쓴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취지로 한 답변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예산 검증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필요한 수당은 예산에 반영하고 항목을 신설해 지출하는 게 타당하고, 특수활동비를 ‘비용 보전’ 목적으로 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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