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영수증 봤더니 (하) 커진 씀씀이, 모호한 수사 연관성
10만 원 이상 결제 45차례 달해
1회 결제당 많게는 59만 원 써
검찰청 구내매점서 지출하기도
"식당과 카페서 일상적으로 사용
기재부 지침 위반·세금 오남용"
대법원이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전국 대부분 검찰청은 영수증을 아예 제출하지 않거나 용처를 알 수 없도록 가린 영수증을 내놓았습니다. 창원지검을 비롯해 밀양·통영·거창지청은 특수활동비 영수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특수활동비 자료는 특별합니다. 마산지청 자료에서도 일부 지출 내용을 알 수 있는 영수증이 나왔으나 진주지청과 비교하면 훨씬 적습니다. 진주지청만큼 특수활동비 쓰임새를 오롯이 알 수 있는 영수증 제출 사례는 전국적으로 드뭅니다. '귀한' 특수활동비 영수증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합니다.
말 그대로 검찰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에 지원되는 비용이다. 하지만, 사실상 떡값, 쌈짓돈처럼 사용된 흔적이 예산 자료 곳곳에서 확인된다. 정보가 없는 영수증 더미에서 찾은 예산 자료들은 하나같이 수사와 연관 짓기 어려운 식비 지출이 대부분이었다. 가려지지 않은 특수활동비 영수증을 보면 씀씀이가 작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검사들은 한 번 결제할 때마다 많게는 수십만 원씩 음식값에 특수활동비를 썼다.
◇10만 원 이상 결제 ‘45회’ 확인 = 진주지청은 2018년 4월 11일 진주시 하대동 참치 전문점 ‘참치진’에서 18만 1000원을 지출했다. 현재 코스요리 기준 1인당 최소 가격이 4만 3000원으로, 가장 비싼 코스요리는 1인당 15만 원까지 책정된 일식당이다. 다만, 그 당시 영수증 속에서는 어떤 메뉴를 골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해 9월 19일에는 진주시 충무공동 ‘주선생얼큰이동태탕’에서 20만 원을 결제했다. 이곳에서 현재 동태탕을 1만 원에 판매 중인 점을 고려하면 계산 금액 기준 동태탕 20인분이 지출된 셈이다. 이 매장은 갈치조림(1만 원), 조기매운탕(1만 원), 코다리찜(3만~5만 원), 동태전(1만 5000원), 모듬전(2만 원) 등도 팔고 있다.
2019년 6월 4일에는 ‘촉석루 한정식’에서 21만 원을 썼다. 현재 정식 가격대는 1인당 3만~7만 원 안팎이다. 이 식당에서 뒤이어 확인된 거래 내역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진주지청은 그해 6월 5일 10만 5000원, 6월 13일 12만 5000원을 각각 결제했다.
또 2020년에는 11월 2일 33만 원, 11월 5일 36만 원, 11월 16일 24만 원, 12월 16일 25만 원을 쓰기도 했다. 이 중에는 거래일과 매장 정보, 결제 시각까지 확인되는 명세도 있다. 11월 5일 자 ‘촉석루 한정식’(36만 원) 결제 영수증을 보면 오후 8시 21분에 결제가 이뤄졌다고 적혀있다.
‘더 하우스 갑을’ 특활비 영수증 일부에서도 결제 시각이 드러난다. 2020년 11월 11일 진주지청은 이 매장에서 55만 2000원을 세 차례에 걸쳐 썼다. 명세상 거래 시간은 낮 12시 47분(13만 2000원), 오후 8시 37분(29만 6000원)으로 기록돼 있다. 점심과 저녁에 각각 결제가 이뤄진 것이다. 같은 날 나머지 결제 건(12만 4000원)은 시간이 표기돼 있지 않다. 예산 자료만으로는 같은 사람이 하루에 몇 번씩 들렀는지, 특활비를 챙긴 또 다른 인물이 방문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더 하우스 갑을’은 1만~4만 원대에 음식을 판매 중이다.
◇스테이크·한우 전문점 등에서도 잇단 지출 =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특활비를 쓴 사실도 확인된다. 명세를 보면 진주지청은 2020년 8월 18일 진주시 칠암동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경남 진주점’에서 59만 6200원을 썼다. 진주지청에서 확인된 특활비 단일 결제 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현재 이 매장에서 파는 점심 세트 기준으로, 해당 결제 금액을 가정해 환산하면 5만 900원짜리 바비큐 요리 ‘베이비 백 립(600g)’을 12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액수다. 다른 메뉴로 가정하더라도 ‘퍼펙트 본-인 스테이크 에디션’ 토마호크 에디션(100g당 2만 4000원)을 2.5㎏ 주문하거나, 같은 세트 중 포터하우스 에디션(100g당 3만 원)을 2㎏ 주문해야 비슷한 액수가 나온다. 20~25인분 가격이다.
이날 이후 영수증을 보면 진주지청은 중식당과 한식당을 비롯해 오리 또는 한우 전문점 등에서도 잇달아 특활비를 사용했다. 돈을 쓴 지역은 앞서 확인된 장소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진주시 평거동과 신안동이 다수였다.
2020년 10월 29일에는 평거동 ‘자금성’에서 27만 원, 같은 해 11월 27일에는 평거동 ‘대게풍년’에서 10만 원을 썼다. 그해 12월 10일 평거동 ‘신쭈꾸’(폐업)에서는 30만 원을 계산했다.
2020년 12월 11일과 17일에는 진주시 계동 한정식집 ‘오동나무집’에서 30만 원씩 총 60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16일에는 평거동 ‘한우한판’에서 20만 원, 12월 18일에는 평거동 ‘자금성’에서 11만 3000원을 각각 썼다. 같은 해 12월 23일 신안동 오리고기 전문점 ‘다온오리’에서는 36만 4000원, 12월 24일 진주시 초전동 소고깃집 ‘한우마을’에서는 11만 5000원을 각각 결제했다.
2021년 5월 10일에는 평거동 ‘진주냉면 본점’에서 특활비를 썼다. 결제 금액은 27만 원이다. 이어 같은 해 5월 14일 진주시 판문동 한우 전문점 ‘한우소리’에서 20만 원을 지출했다. 이 결제분은 같은 날 8만 원, 12만 원씩 따로 쪼개 결제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결제 시간은 남아있지 않다.
◇영수증서 특활비 식비 지출 자인한 검찰 = 2021년 지출 명세 중에서는 내부적으로 공공연하게 특활비를 식비로 사용했다는 점과 그렇게 쓰더라도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듯한 내용도 파악된다.
이런 사실은 5월 21일 거래 내역 중 진주시 신안동 ‘대한아구찜’에서 12만 원을 결제한 영수증에서 드러난다. 영수증을 보면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는 남아있지 않지만,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배달 음식을 시켰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진주지청은 예산 자료에 이날 결제분을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출력 영수증을 첨부하면서 그 이유를 하단부에 표기했다. 설명글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배달음식점에 주문하였으나 배달원의 기계 작동 오류로 인하여 영수증 출력이 불가하여 전자 출력한 신용카드 승인 내역을 첨부함’이라고 적혀있다.
본래 용도와 다르게 특활비가 지출된 이유를 서술하는 내용은 없다.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특활비를 식비로 써왔다는 것을 보여주며, 반복적으로 식비로 지출해도 제동하는 분위기가 검찰 내부에 아예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밀 수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지출은 또 있다. 2021년 5월 24일에는 검찰청 구내매점에서 결제한 내용도 확인된다. 계산 금액은 12만 원. 구입 내용이 까맣게 가려져 있어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2021년 5월 21일에는 평거동 ‘에스코피에’에서 12만 원, 같은 해 5월 25일에는 신안동 ‘숯불촌 벽돌집 양념갈비살’(폐업)에서 27만 원을 각각 쓰기도 했다. 또 그해 8월 11일 평거동 소고기 전문점 ‘대장부’에서는 32만 4000원, 8월 12일 평거동 ‘무궁화1983 본점’에서 32만 2000원을 각각 계산했다. 그해 8월 17일 진주시 상봉동 ‘미지인’에서는 38만 원, 8월 19일 사천시 사천읍 구암리 ‘늘품한우’에서는 28만 2000원을 각각 지출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나 특정업무경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은 특수활동비로 쓰지 말라고 규정돼 있다”면서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에 쓰게 돼 있는 특수활동비를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대표는 “쓰는 패턴을 보면 특별히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에 썼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기재부 지침 위반이자 세금 오남용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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