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예산 탐구생활’은 <경남도민일보>가 시작한 ‘검찰, 하얀 장부’ 기획 외전(外傳)입니다. 스핀오프(spin-off) 비슷한 것입니다. 방대한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묵직하고 복잡한 취재 과정과 내용을 독자에게 최대한 가볍고 알기 쉽게 전하겠습니다. 온라인 전용 기사인 ‘검찰 예산 탐구생활’ 구호는 “기자가 힘들어도 독자는 편하자”입니다.
“하얗게 가리고 시커멓게 먹칠한 검찰 장부에서 도대체 뭘 보느냐?”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처음 예산 자료를 받아서 분류했을 때는 정말 암담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견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밤하늘에 듬성듬성한 별들을 어떻게든 이어붙여 큰곰, 작은곰, 궁수, 사자, 전갈을 떠올리고 풍성한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게 사람 본성이라고 합니다.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반복되는 숫자도 계속 보니 그 본성이라는 게 발동합니다. 분석을 거듭하면서 점점 세 가지 특징에 주목하게 됐는데 '3출'이라고 이름붙여 봤습니다. 구체적으로 △매출 △돌출 △노출입니다.
먼저 매출입니다. 검찰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궁금한 게 아니고 장부에서 ‘매번 나오는 지출’입니다. 뒤에 나오는 돌출, 노출과 ‘출’ 돌림을 맞추느라 조금 무리했습니다. 아래 장부는 2020년 거창지청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입니다. 매달 일정한 시기에 35만 원씩 꾸준히 지출하고 있습니다.
특수활동비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제한적으로 쓰는 ‘수사 비용’입니다. ‘특수한 상황’이라는 게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부터 이상합니다만 해명이 없으니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내부 사정을 모르는 만큼 익숙한 언론사 사정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박신 기자가 매달 ‘특별 취재비’라는 명목으로 사장에게 현금을 35만 원씩 받아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언제 △어디서 △무슨 취재를 △어떻게 했는지 확인할 것입니다. 35만 원 지출 항목과 영수증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런데 워낙 ‘기밀 취재’라 밝힐 수 없다? 그렇다면 해당 시기에 출고한 기사를 찾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매달 일정한 시기에 취재 비용 35만 원을 썼다면 거기에 맞는 보도가 매달 일정한 시기에 나왔을 것입니다. 그런 기사가 없다? 결국 이런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자식이 혼자 사장에게 매달 용돈 받으면서 회사 다니는구나!”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매달 일정한 시기에 35만 원씩 비용을 들여야 할 수사와 거기에 걸맞은 검거 실적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런 게 궁금합니다.
다음은 돌출입니다. 말 그대로 ‘튀는 지출’입니다. 평소 십만 단위였던 지출이 백만 단위, 백만 단위였던 게 천만 단위가 될 때 그 숫자는 돌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침 이 돌출과 관련된 내용을 이동욱 기자가 최근 ‘검찰, 하얀 장부’ 기획에서 두 차례에 걸쳐 잘 정리했습니다. 지난 기사를 링크합니다.
[검찰, 하얀 장부] 창원지검 특활비 월 1000만원 이상 집행 9차례
[검찰, 하얀 장부] 지검장 이취임 직후 불어난 '특수활동비' 지출액
씀씀이가 부쩍 커진 이유를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검찰 사정을 구구절절 들은 게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7년 동안 지출 흐름을 봤을 때 △명절이 들어 있는 달 △연말연시 △지검·지청장이 교체 시기 △그럴듯한 수사 실적(?)을 올렸던 달 등에 특수활동비가 확 풀리지 않았나… 네, 또 이렇게 추정합니다.
마지막으로 노출입니다. 창원지검과 5개 지청을 돌며 경남에서만 받은 자료가 A4 용지 3만 장이 넘습니다. 단순하게 평균만 계산해도 한 기관당 5000장이 넘습니다. 짐작하건대 멀쩡한 장부에서 특정 부분을 가리고 한 장 한 장 복사하느라 업무 담당자들은 죽어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종이로 덮고 검게 먹칠(너무 반복하니 노래 가사 같습니다)해서 복사했지만 그래도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항목과 영수증이 꽤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정보를 노출한 장부 몇 장이 암담한 자료 검증 과정에서 길잡이가 됐습니다. 햄버거, 통신비, 렌털비 같은 특수활동비답지 않은 하찮은 쓰임새는 노출 덕에 드러난 예산 오남용 사례입니다. 노출 덕에 얻은 정보는 곧 ‘검찰, 하얀 장부’ 기획으로 선보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최석환 기자가 끙끙 앓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부 종합
취재 김다솜 박신 이동욱 이승환 최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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