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예산 탐구생활’은 <경남도민일보>가 시작한 ‘검찰, 하얀 장부’ 기획 외전(外傳)입니다. 스핀오프(spin-off) 비슷한 것입니다. 방대한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묵직하고 복잡한 취재 과정과 내용을 독자에게 최대한 가볍고 알기 쉽게 전하겠습니다. 온라인 전용 기사인 ‘검찰 예산 탐구생활’ 구호는 “기자가 힘들어도 독자는 편하자”입니다.
며칠 전 이탄희(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시 정) 의원실(의원이 아닙니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기획 ‘검찰, 하얀장부’를 언급하며 덕담(?)을 건네더니 부산지방검찰청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창원지방검찰청을 비롯해 5개(진주·마산·통영·밀양·거창) 지청을 취재했기에 내놓을 답이 없었습니다. 잘난 척하지 못해 아쉽고 도움이 되지 못해 유감입니다. 어쨌든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이탄희 의원 건투를 빕니다.
국회 국정감사가 한창입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당연히 검찰청 감사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9일 기획 기사를 준비하는 박신 기자에게 당부했습니다.
“20일 창원지검 감사가 있으니 무슨 얘기 나오는지 챙겨 보시고 기사에 반영하시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지방·고등검찰청과 지방·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김성훈 창원지검장이 출석했습니다. 직접 통화하지는 않았지만 부쩍 친근해진(?) 이탄희 의원이 급여처럼 집행된 특수활동비 문제를 지적하자 김성훈 지검장이 답했습니다.
“그렇게 집행되고 있지 않고요. 미리 사전에 계획된 통상적인 수요에 맞춰 정기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있을 뿐입니다.”
이탄희 의원은 “1년 내내 4명이서 15만 원씩 딱딱 맞춰서 소요 경비를 똑같이 썼다는 게 이상하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김 지검장은 “다른 경우에도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말씀 못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내용을 담은 박신 기자 기사를 링크합니다.
△[검찰, 하얀 장부]특수활동비, 음지에서 양지로 '검증대상' 돼야
기대보다 밋밋한 공방이었습니다. ‘쓸 곳에 썼는데 가르쳐 줄 수는 없다’는 답변입니다. 순간 ‘검찰이 불법을 저지른 게 분명하지만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보도할 수 있으면 편하겠다고 생각하려다가 말았습니다. 어쨌든 특수활동비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된 듯했습니다.
인상적인 답변은 지난 2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나옵니다. 이 자리에서 소병철(더불어민주당·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의원은 최근 검찰을 떠나는 젊은 검사들이 부쩍 늘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검찰 리더십’ 문제가 아닌지 묻습니다. 이에 이원석 검찰총장이 답합니다. 꽤 길게 이어진 답변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답변 = 젊은 검사들이 검찰에 들어왔습니다. 검사는 시간외수당도 없고 야근수당도 없고 휴일수당도 없습니다. 검찰수사관은 시간외근무수당이 한달에 57시간이라는 샐러리캡이 있습니다. 실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밤새 남아서 일하고 주말에 나와서 일합니다.
저도 검사로 일할 동안 6주 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검사들에게 "당신들 특활비 몇푼 갖다가 따로 쓴 거 아니냐". 제가 검사할 동안에 한 달도 집에 제 월급을 제대로 갖다준 적이 없습니다.
수사비는 늘상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검사들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검찰 집단이 그렇게 부패한 집단인 것처럼 이야기 하면, 저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여기서 내가 왜 밤 새워서 주말에 나와서 일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검찰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질책하고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검찰이 실제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억측, 또 지나치게 진영에 입각해서 검찰이 하는 일은 우리 진영에 도움이 되면 모든 것이 바람직하고 우리 진영에 도움이 안 되는 결론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잘못됐다 이렇게 해 주시면 저희가 설 땅이 없습니다.
검찰은 정당을 위해서도 정권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팔다리이고 눈과 귀입니다. 여러분들이 검찰의 신뢰에 대해서 질책하십니다만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하루하루 한 건 한 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저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도 검찰의 신뢰에 대해서 어느정도까지는 국가의 팔다리이고 눈과 귀라 생각하시고 인정을 하고 저희들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내용은 <국회방송>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링크를 걸어놓겠습니다. 영상 옆 목록에서 '의사일정' 중 '전체보기[2]'를 열면 끝에서 네 번째 소병철 위원 발언으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1시간 31분 25초 구간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수당이라고는 일체 없이 과로하는 젊은 검사들과 연대하고 싶습니다. 혹시 '검사 노조' 조직이 가능하다면 응원하겠습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라고 해서 오후 6시 10분에 나타나는 범인을 잡지 않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경남도민일보> 기자들 일과와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특활비 몇푼'을 퉁쳐서 쓸 수는 없습니다. 수당이 필요하면 예산에 반영해서 지출하면 됩니다. 수당 없이 일한다고 특수활동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쓰면 '예산 전용'이 됩니다. 여기서 '몇푼'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장부를 보면 '몇푼'도 아닙니다. 만 원, 십만 원 단위라면 모르겠지만 몇백만 원, 몇천만 원 지출도 존재합니다.
검찰이 '부패한 집단'인지는 지금까지 취재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검증받지 않고 견제받지 않으려는 기관인 것은 분명합니다.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은 검증받아야 마땅합니다. 이를 거부하는 게 '특권'이고 특권을 누리는 조직은 부패한다는 게 시민사회가 학습한 결론입니다. 검찰이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민만 위하는 검찰이 되겠다는 다짐은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검증을 검찰만 겨냥한 '공세'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석환 기자가 검찰 말고 다른 기관은 도대체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쓰는지 보고 또 보는 중입니다.
/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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