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대응 예산 1조 4172억 원 편성
정부 7380억 원이라지만 '숨은 예산' 곳곳에
일본 정부 결정에 국민 혈세 펑펑 쓰게된 셈

'부자 감세'와 세수 부족에 곳간 빈 지자체들
기존 없던 핵오염수 대응 예산 편성 '골머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왜 우리가 돈 써야하나"
경남도도 예비비서 16억 원 빼 오염수 대응

윤석열 정부가 일본 핵오염수 방류를 막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매년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바다 투기 대응 예산으로 1조 원 이상을 책정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탱크 30기 규모인 약 3만 1200t, 약 5조 베크렐(㏃)분 삼중수소(트리튬)가 섞인 핵오염수를 네 차례에 나눠 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134만t 투기에 걸리는 시간은 3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 최소 30년, 또는 그보다 훨씬 긴 기간 매년 1조 원 넘는 세금을 투입해야 함을 뜻한다.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뭉텅이로 늘어난 직간접 예산 =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바다 투기 직간접 대응 예산 총 1조 4172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이는 올해 대비 3925억 5200만 원 늘어난 액수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근해 방사능 오염수 유입 감시와 수산물 유통환경 조성에 7319억 원을 책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2080억 원이 늘어난 규모다. 내년에는 오염수를 감시할 조사 지점을 52곳에서 165곳으로 늘리고, 위판장과 양식장 등 생산 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기존 8000건에서 4만 3000건으로 대폭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증액해 반영했다.

수산물 소비 위축 등 수산업계 피해에 대응하는 간접 예산도 크게 늘렸다. 수매·비축과 상생할인 지원 예산을 올해 3544억 원에서 4556억 원으로, 어업인 경영 안정 지원 예산을 올해 1438억 원에서 2238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태평양 도서국 해양 방사능 관측과 국제 협력 명목으로 선박 평형수 검사 강화와 핵오염수 유입 경로 감시에 쓸 예산 20억 원도 편성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내년 국내 해수 분석을 강화하고자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8억 5200만 원 늘린 44억 64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 밖에 핵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연구개발(R&D) 등을 포함해 부서별로 흩어져 집계가 어려운 예산까지 포함하면 45억 원을 넘길 전망이다.

정부는 핵오염수 투기 대응 예산이 1조 원까지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대응 관련 예산은 39.8% 증가한 7380억 원"이라면서 "국민 안전 관련 576억 원, 어업인 경영안전 관련 6804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는 우리 바다와 수산물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경남행동 주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집회가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경남행동 주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집회가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일본 방류 안 했으면 쓰지 않아도 될 예산 = 문제는 앞으로 매년 이런 예산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일본이 30년 이상 핵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데 대규모 세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해양 방사능 검사 예산은 576억 원으로 올해(285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듯, 해마다 어느 정도의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지도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폐로 될 때까지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일본 정부가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았으면 쓰지 않아도 될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7000억~1조 원은 웬만한 기초지방자치단체 예산보다 많다"며 "우리 국민 혈세로 이를 모두 부담하는 건 정당하지 않고 폐로 할 때까지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 게 적절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과세 표준 조정 등 '부자 감세' 여파와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내년도 지방자치단체 교부세, 국고보조금, 지방보조금 등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핵오염수 관련 예산을 반영했지만, 왜 우리가 대책을 만들고 돈을 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경남도도 핵오염수 방류 대응에 태풍 등 재난 발생 시 긴급하게 쓰는 예비비 16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 7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3㎞ 이내 지역에서 지난 8월 30일 채취한 바닷물의 삼중수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총 6곳에서 검출 하한치를 초과하는 리터당 1~1.5㏃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도코전력은 매일 검출 하한치를 1리터당 10㏃로 한 속보치를 발표하고 있으나, 주 1회는 하한치를 0.4㏃ 이하로 한 정밀 분석치를 제공한다.

이번 분석 결과는 핵오염수 투기 이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인근 바닷물에 포함된 삼중수소 농도가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쿄전력은 자체 판단 기준과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보다 낮아 안전하다고 둘러대지만 방사능 물질은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Cesium), 스트론튬(Strontium), 요오드 119(Iodine 119), 코발트(Cobalt), 플루토늄(Plutonium) 등 200~300개가 넘는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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