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남도민일보 독자이자, '아침을 열며' 칼럼을 쓰는 밀성고등학교 교사 이계삼입니다. 진작부터 경남도민일보에 이 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밀양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에 대해 쓴 경남도민일보의 기사에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칼럼 필자로서 칼럼이 실리는 신문의 논조를 정면으로 문제삼는 꼴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서 미루고 있었을 뿐입니다. 다만, 9월 16일 자에 실린 '현장에서' 칼럼 '신공항, 밀양에 꼭 와야 한다'를 읽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맘으로 이 글을 씁니다.

사실 다루는데 제목 노골적·적나라해

이 글은 한마디로, 어찌됐건, 이유를 불문하고, 신공항은 건설되어야 하며, 그 위치는 밀양이어야 한다는 끈적한 당위만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두 건 기사의 제목만 임의로 짚어보겠습니다. '최철국 또 밀양 부적절, 왜 그럴까'(9월 28일자), '부산발전연구원, 이렇게 비겁해도 되나'(9월 15일). 물론 위 기사들은 어떤 사실관계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다루는 데서 드러나는 도민일보의 태도와 그 제목은 참으로 노골적이고 적나라합니다. 보도 기사로서의 품위가 없습니다. 최철국 의원은 김해를 지역구로 가진 의원으로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김해 봉화산의 절개 문제와 관련하여 왜곡한 사실이 있다면 그것을 사실대로 밝히면 됩니다. 다만, 그 표제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낯 뜨겁습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겠습니다. 지난 9월 6일 자 기사, '신공항 밀양 건설 비용·수요 모두 월등'을 살펴봅시다. 뭔가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싶어 읽어보니 위 기사는 바로 신공항밀양유치추진단이 발주한 연구 용역 보고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기사'라기보다는 '홍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경남도민일보는 작년 12월의 국토연구원 발표 2단계 용역 결과는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보고서야말로 지금까지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입장 중에서 가장 굵직하고 중요한 팩트들을 담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조사 결과의 요지는 한마디로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두 곳은 비용대비 편익 비율이 각각 0.7과 0.73으로 1을 넘지 못했고, 정책적 판단에 의한 가중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 한계점인 0.8도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보고서는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또 다른 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조·중·동이나 혹은 우리 지역의 조·중·동이라는 어떤 신문에 대해서는 저는 이런 비판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신문들을 언론이라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경남도민일보를 제가 구독하는 것도, 그리고 이 신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이 신문에 대한 분명한 기대와 애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공항 밀양유치 당위성만 강변말기를

이곳 밀양은 신공항 유치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라있습니다. 열린음악회를 유치하고, 마라톤 대회를 벌이고, 연예인들이 와서 또 분위기를 띄웁니다. 얼마 전 아이들을 데리고 지역 문인협회에서 주최한 백일장에 나갔더니 주제가 아예 '밀양신공항'이었습니다. 그러나 신공항이 밀양으로 왔을 때 생겨날 고통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드넓은 농토가 사라지는 문제에 대해서, 거기서 농사짓는 농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수많은 산봉우리를 깎아내는 극심한 환경 파괴와 인근 지역 주민이 겪어야 할 소음과 근심에 대해, 지금 온 나라가 공사판인데 과연 어디까지 우리는 이 광란의 파괴를 지켜보아야 하는지를 걱정하는 상식적인 우려는 전혀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저는 '언론의 중립성' 따위 시시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언론으로서의 기본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신공항이 반드시 밀양으로 와야 한다는 당위를 강변하지 마시고, 밀양 유치를 둘러싼 여러 사실관계들을 차분히 정리해서 보도해 주십시오. 제 부탁은 이것입니다.

/이계삼(밀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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