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밀양에 만들면 봉화산 깎아야' 황당한 주장
부산발전연구원(이하 부발연)은 지난 6일 신공항을 밀양에 건설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등이 포함된 봉화산 절반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 정상부 등 보존 가치가 높은 산지 훼손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추가 비용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김해를 비롯한 경남지역민의 정서를 자극하고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지사를 겨냥한 이 같은 '감정유발형' 대응이 상당한 파문을 낳고 있다.
정말 밀양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봉화산을 절반이나 깎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발연의 주장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기준을 적용한 황당한 주장이다. 달리 말해 그 같은 기준을 지킨 공항은 전 세계 통틀어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장애물을 그대로 둔 채 공항을 지었고, 이는 불법이 아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 14에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 |
||
부발연은 이 단서 조항을 깡그리 무시한 채 원칙만 내세운 셈이다. 그 원칙을 그대로 가덕도에 적용하면 역시 절개해야 할 산과 구릉이 산재해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가덕도에 자리 잡을 경우 해발 496m 승학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40m를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ICAO에 따르면 비행장 주변 공역은 원칙적으로 장애물을 제거해야 하지만, 제거할 수 없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차폐 이론(원칙)'을 적용해 그대로 두게 했다.
차폐 이론을 이해하려면 몇 개 단어를 설명해야 한다. 활주로 주변에는 △전이표면과 △수평 표면 △원추표면이 있다.
차폐 이론에 따르면 전이표면은 10대 1의 경사를 적용해 높이 45m까지, 수평표면은 전이표면부터 4km 지점까지, 이어 원추표면은 수평표면으로부터 다시 10대 1의 경사로 완만하게 올라가다 2km에 이르는 지점을 일컫는다. 이들은 비행이 정상적이지 않아 복행(go around)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봉화산은 수평표면이 끝나고 원추표면이 시작되는 바로 그 경계지점에 있는데, 봉화산(140m)이 수평표면(활주로 기준 75m)보다 높아 절반을 깎아내야 한다는 게 부발연 주장이다.
그러나 차폐 이론은 수평표면과 원추표면 사이 장애물은 원추표면(활주로 기준 175m)보다 낮을 경우 그대로 둘 수 있게 해 놓았다. 다시 말해 봉화산은 수평표면의 기준 높이를 초과하지만 원추표면보다 낮으므로 차폐 이론에 근거, 깎아내지 않고 그대로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마상열 박사(경남발전연구원)는 "원칙을 적용하려면 양쪽에 균등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밀양 후보지와 가덕도 후보지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 문제점을 잡아내는 상황"이라며 "부발연의 이 같은 주장은 너무 쉽게 뒤집힐 수 있는 억지 논리"라고 말했다.
우주엔지니어링 박경진 부사장은 "우리나라 민간공항뿐 아니라 군 공항 대부분이 장애물을 그대로 안고 있다"면서 "육지 내 공항 중 전 세계적으로 모든 장애물을 절취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공항당국에서 인정하는 예외 조항을, 그 조항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공항 건설이 어렵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