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데이터 조정·적용해 밸런스 잡기
정치권력이 그렇듯 악용하면 사회 망해

‘에디터(Editor)’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편집(編輯)자다. 여러 필요한 것들을 모으고 재구성해서 최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임에서 에디터는 주로 프로그램을 말한다. 게임 개발자들이 여러 데이터들을 조정하고 게임에 적용시킬 수 있는 일종의 툴이다. 게임 밸런스를 잡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예를 들어, 기획자가 처음 플레이어 캐릭터의 공격력을 100으로 잡고, 몬스터의 방어력을 1000으로 잡았다고 하자. 프로그래머는 그대로 코딩을 해서 구현한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본다. 밸런스가 적절치 않아 수치를 수정해야 하는데, 다시 프로그래머가 코딩을 뜯어보며 일일이 수치를 조정하는 건 매우 번거로운 일이 된다. 한 가지 이슈를 해결하는 거라면 큰 일이 아니지만, 수많은 데이터를 반복해서 수정해야 할 때는 에디터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다. 게임 에디터를 만드는 건 게임 개발에 필수적이다. 이런 에디터를 게임 개발용 에디터라고 부른다. ‘개발용’이란 명칭을 붙인 건, 그것에 상응 또는 대응하는 에디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게임 플레이어용 에디터다.

게임 플레이어용 에디터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의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얼핏 생각하면 플레이어가 게임 데이터를 조작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직접 에디팅을 해야 게임의 재미가 올라가는 것들이 있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인 경우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걸 그대로 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게임의 맵이라든지 난이도를 마음대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게임에서도 필요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크래프트’를 들 수 있다. 맵의 밸런스가 게임의 핵심인데, 그 다양한 맵을 유저에게 오픈했고, 집단 지성으로 밸런스가 정교하게 맞는 다양한 맵이 만들어졌다.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도 플레이어 에디터가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된 사례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어 에디터가 마냥 긍정적으로만 사용되는 건 아니다. 살짝 변질되면 악성 치트 기능으로 사용될 수 있다. 게임 해킹 프로그램, 이른바 ‘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실 사회에서도 에디터들이 있다. 사회의 질서와 규칙을 조정하는 대표적인 에디터들은 정치권력일 것이다. 사회의 밸런스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에디팅 한다면 정치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또는 자신이 속한 이익집단만을 위해서 에디팅을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에 악성 치트, 핵을 까는 행위이다.

최근 일명 대장동 사건의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마땅히 검찰은 항소를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대장동 일당에게 환수해야 할 7000억 원의 막대한 돈도 그냥 포기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항소포기를 검찰총장에게 해명하라 요청한 18명의 검사장을 항명이라며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한 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자기 입맛대로 에디팅 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오래 전 맺은 국가간의 조약도 한 순간에 파기하고, 자기 멋대로 관세를 올리고, 수천억 달러를 불리한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라고 강요한다. 온 세상에 핵미사일(Nuclear Weapon)은 아니어도, 핵(Hack)을 뿌리고 있다. 핵이 난무하면 게임은 망한다. 권력자가 치트키를 쓰면 사회도 망한다. 정정당당하게 게임하자, 제발.

/이병욱 게임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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