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경남어린이글쓰기큰잔치에서 산문 ‘운동장’을 쓴 신민재(거창 아림초교3) 학생과 산문 ‘가곡, 우리나라의 노래’를 쓴 박솔지(창원 월포초교6) 학생이 각각 낮은 학년과 높은 학년 부문 으뜸상을 받았다.
3명씩 뽑는 버금상에는 낮은 학년에서 산문 ‘기억에 남는 공연’을 쓴 김가빈(창원 월영초교3), 산문 ‘강민이의 첫 사랑♡’을 쓴 김강민(창원 중동초교2), 운문 ‘할아버지’를 쓴 김건우(창원초교2) 학생이 뽑혔다.
높은 학년에서는 운문 ‘전쟁터’를 쓴 소효찬(거제 외포초교5), 산문 ‘샤프 닦아 드립니다’를 쓴 김민서(창원 남양초교4), 산문 ‘장례식장’을 쓴 이가람(창원 온천초교5) 학생이 선정됐다. 이 외 북돋움상은 낮은 학년과 높은 학년에서 각각 20명이, 보람상은 각각 40명이 받았다.
올해는 9월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작품을 공모했는데, 지난해보다 조금 늘어난 1010편이 접수됐다. 낮은 학년은 515편, 높은 학년은 495편이다.
올해 심사는 박종순 아동문학평론가(심사위원장)를 포함해 백혜숙 동시인, 유행두 동화작가, 강우성 통영 죽림초교 교사, 최진수 김해 율산초교 교장, 김경래 경남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관이 맡았다.
15일 오전 10시부터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진행한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기 삶을 가꾸는 글쓰기란 기조에 맞춰 삶과 감정을 아이답게 솔직하게 쓴 글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아름다운 말로 꾸미거나 교훈을 담으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말로, 생각을 구체적으로 잘 담아냈는지가 중요한 심사 기준이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인공지능(AI)이 글쓰기에 들어오게 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아이들의 진심을 분별할 것인지도 중요한 고민거리였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예년보다 다양해진 소재를 통해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전체적으로 글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 좋은 글임에도 수상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상을 받든 못 받든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글로 쓰며 마음에 맺혀있던 응어리를 풀어내는 일 자체로 이미 단단한 성장을 위한 한 걸음이 되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결과적으로는 완성도가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자기 삶을 들여다 보고,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글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뽑았다. 대표적으로 낮은 학년 으뜸으로 뽑힌 신민재 학생의 글 ‘운동장’은 축구를 잘 못해서 운동장 체육이 싫다는 내용이다. 열심히 뛰어도 잘 안되는 건 어쩔수 없다. 민재 학생은 이런 자기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더 노력하겠다는 등의 교훈을 억지로 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축구 실력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도 않을 거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운동장을 싫어할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누구나 싫어하는 게 하나쯤은 있으니까.”(신민재 ‘운동장’ 중에서)
어른보다 헤아리는 마음이 더 깊어 단단하게 커나가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올해 심사위원들의 즐거움이었다. 높은 학년 으뜸으로 뽑힌 박솔지 학생의 ‘가곡, 우리나라의 노래’는 가곡전수관에서 어린이 단원으로 가곡을 배우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가곡 예능보유자인 영송당 조순자 명인을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열심히 따르는 모습과 가곡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 잘 느껴지는 글이다. 박종순 심사위원장은 이 글을 두고 “느리지만 품위 있고 한국의 멋이 느껴지는 가곡이 대중화되기를 바라는 성숙한 6학년 어린이의 마음이 든든하게 읽힌다”고 평가했다.
도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남어린이글쓰기큰잔치는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경남글쓰기연구회가 주관, 경남도교육청과 BNK경남은행이 후원했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2시 경남도교육청 별관 3층 공감홀에서 열린다.
/이서후 기자
[2025 경남어린이글쓰기큰잔치 수상자 명단]
<으뜸상>
◇낮은학년(1명)
신민재(거창 아림초교3)
◇높은 학년(1명)
박솔지(창원 월포초교6)
<버금상>
◇낮은학년(3명)
김가빈(창원 월영초교3), 김강민(창원 중동초교2), 김건우(창원초교2)
◇높은학년(3명)
소효찬(거제 외포초교5), 김민서(창원 남양초교4), 이가람(창원 온천초교5)
<북돋움상>
◇낮은학년(20명)
김아영(거제 창호초교1), 김정음(거창 샛별초교1), 손지유(창원 감계초교1), 전민규(창원 감계초교3), 김서아(창원 남양초교3), 박제아(창원 대원초교1), 심규현(창원 명도초교1), 허온(창원 봉림초교3), 서이룬(창원 온천초교1), 박제이(창원 외동초교2), 윤가현(창원 월영초교3), 신은서(창원초교3), 박예슬(창원 토월초교2), 이로은(창원 토월초교3), 송은채(창원 팔룡초교2), 이상민(창원 팔룡초교3), 권별(창원 평산초교2), 김민솔(창원 평산초교3), 송민찬(창원 호계초교2)
◇높은학년(20명)
박소민(거창 샛별초교4), 김수린(창원 감계초교4), 김민성(창원 남양초교5), 정수빈(창원 남양초교5), 박하윤(창원 남양초교6), 이건우(창원 북면초교4), 조아준(창원 상남초교4), 서명진(창원 온천초교4), 이주승(창원 온천초교5), 김서준(통영 용남초교6),송가현(창원 용마초교5), 박건률(창원 월영초교4), 황주안(창원 토월초교6), 김세훈(창원 팔룡초교6), 박지안(창원 평산초교4), 윤지후(창원 평산초교4), 김서연(창원 평산초교5), 장예원(창원 평산초교5), 이연우(통영 제석초교4), 최현아(통영 제석초교5), 김시윤(통영 제석초교6)
<보람상>
◇낮은학년(40명)
강보영(거제 창호초교1), 김기보(거창 샛별초교1), 김서진(거창 샛별초교2), 이유승(거창 샛별초교2), 정시하(거창 샛별초교2), 한채율(거창 샛별초교2), 송지민(김해율산초교1), 박도현(김해율산초교2), 윤서진(김해 진영중앙초교2), 정연우(사천 사남초교3), 박서연(진주 신진초교3), 김도희(창원 남양초교3), 권보검(창원 남정초교3), 장하랑(창원 동산초교1), 이하루(창원 동산초교3), 임지호(창원 봉림초교1), 노채현(창원 봉림초교2), 류도현(창원 봉림초교3), 장소율(창원 봉림초교3), 이동혁(창원 봉림초교3), 김민서(창원 북면초교3), 이서우(창원 북면초교3), 정아린(창원 북면초교3), 이다희(창원 사화초교2), 최지원(창원 사화초교2), 김민건(창원 사화초교3), 장예나(창원 소답초교3), 박시현(창원 신방초교3), 신하은(창원 온천초교1), 임소율(창원 온천초교2), 김지우(창원 온천초교3), 김서희(창원 외동초교2), 오서임(창원 외동초교3), 김지안(창원초교1), 박해인(창원 토월초교3), 이태은(창원 평산초교1), 김나린(창원 평산초교3), 서새벽(창원 호계초교2), 정시온(창원 호계초교2), 조한울(함안 예곡초교3), 김연우(합천 쌍백초교1)
◇높은학년(40명)
박가은(거제고현초교4), 전시현(거제양정초교4), 조슬기(거제 외포초교5), 신지원(거창 아림초교5), 박하윤(김해율산초교6), 권혜진(김해 진영장등초교5), 권서현(진주 신진초교5), 차주윤(창원 감계초교4), 이재원(창원 남양초교5), 강민서(창원 남양초교6), 최서윤(창원 남양초교6), 조지훈(창원 대방초교6), 김강산(창원 동산초교4), 백세민(창원 반송초교4), 김동훈(창원 반송초교6), 김서하(창원 반송초교6), 주강현(창원 봉림초교5),최지안(창원 북면초교4), 박성하(창원 사화초교4), 심형준(창원 사화초교6), 원담현(창원 사화초교6), 이학윤(창원 온천초교4), 김준경(창원 용마초교5), 정서현(창원 용호초교5), 김도운(창원 월영초교6), 조현준(창원 중동초교4), 박수현(창원 토월초교5), 설아름(창원 팔룡초교4), 장희연(창원 팔룡초교4), 장성빈(창원 평산초교4), 정하율(창원 평산초교4), 고혜원(창원 평산초교5), 김형욱(창원 평산초교5), 이지우(창원 평산초교5), 황시환(창원 평산초교5), 박선우(통영 제석초교5), 정아윤(통영 제석초교5), 박예나(통영 죽림초교5), 박소연(하동 화개초교왕성분교장4)
[심사평] 어른보다 헤아리는 마음이 더 깊은 어린이들
경남도민일보 사옥으로 가는 길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햇빛을 받아 밝게 반짝였습니다. 그 기운으로 원고 뭉치를 열며 올해는 또 어떤 어린이가 어떤 말을 걸어올까 설렜습니다. 1000명이 넘는 어린이가 글을 보내와 한자리에 모였더군요. 해마다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의 글을 읽습니다. 26회째 글쓰기 큰잔치를 이어오며 이젠 같은 제목을 줘서 숙제처럼 쓴 글보다 평소에 꾸준히 써오던 글이나 선생님과 한 해 동안 글쓰기 한 과정을 보내온 글이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수준 높은 글이었으며 소재가 다양해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해마다 하는 말이지만, 여섯 명의 심사위원은 어린이 글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에 초점을 두고, 어린이가 어떻게 자기 삶을 자세히 드러내고 있는지, 자기 말을 잘 살려 자신의 방식으로 그 과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어른이 욕심을 부려 손대지는 않았는지,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자기 삶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따뜻하게 드러나는지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이 글쓰기에 들어오게 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린이의 진심을 분별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로 등장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어린이 모습에 공감하며, 어른보다 헤아리는 마음이 더 깊어 단단하게 커나가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낮은 학년 으뜸으로 뽑힌 신민재의 글 ‘운동장’에는 축구를 잘 못해서 운동장 체육을 싫어하는 어린이 마음이 잘 전해옵니다. 열심히 뛰어도 경기에 지면 반 친구들은 자기 때문이라 하는데 축구 실력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리 없으니 더 속상하지요. 그래도 이 어린이는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입니다. 누구나 싫어하는 게 하나쯤은 있는 거고 본인은 운동장 체육이 싫은 거니까요. 억지로 더 잘 하려 한다든지 남을 원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린이 마음이 단단하게 다가오는 글입니다.
버금으로 뽑힌 김건우의 시 ‘할아버지’를 읽으며 꾸밈없이 써 내려간 어린이 마음이 읽혀 좋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변한 추석 풍경을 떠올리게 되는 가운데, 이 어린이처럼 할아버지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싶은 어린이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무엇보다 ‘다음에는’이라든지 ‘해야겠다’라는 억지다짐보다 그대로 ‘게임만 했다’는 말속에 어린이의 안타까움이 더 많이 실려 있었습니다. 김가빈의 ‘기억에 남는 공연’도 연극보다 어른들 의식이 더 길게 이어지는 행사장의 따분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솜씨가 제법입니다. 김강민의 ‘강민이의 첫사랑’은 자신의 감정을 참 사랑스럽게 드러냈는데,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양보하면서까지 첫사랑 당사자를 위해 뭐든 해주기만 한 것이 속상한 글쓴이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왔습니다.
높은 학년 으뜸으로 뽑힌 박솔지의 ‘가곡, 우리나라의 노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가곡을 독자들이 잘 알아갈 수 있도록 밝혀 쓴 글입니다. 가곡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국가무형유산 가곡보유자가 옆에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지요. 한편으로는 ‘할머니 선생님’이라는 친근한 호칭으로 함께하는 따뜻함도 잘 드러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전해주고 있지요. 느리지만 품위 있고 한국의 멋이 느껴지는 가곡이 대중화되기를 바라는 성숙한 6학년 어린이의 마음이 든든하게 읽힙니다.
높은 학년 버금으로 뽑힌 소효찬의 시 ‘전쟁터’는 할아버지 밭 고구마를 캘 때마다 두더지에게 다 빼앗기고 없어진 현실을 전쟁터나 다름없는 땅속으로, 군더더기 없이 잘 표현했습니다. 평화로운 고구마밭과 땅속 전쟁터를 잘 대비해 쓴 글입니다. 이가람의 ‘장례식장’은 몇 년 전 겪은 할아버지 장례 과정을 지금 겪는 듯이 구체적으로 잘 밝혀 썼으며, 글을 쓰는 중에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잔잔하게 기억한 것도 좋았습니다. 김민서의 ‘샤프 닦아 드립니다’는 분실물함에 있는 샤프를 깨끗이 닦으며 일머리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샤프를 잘 닦을 수 있는지를 일하면서 터득하는 과정, 옆 친구가 부탁하니 기쁘게 들어주는 마음, 이어 그것을 경험으로 ‘장사’ 아이디어까지 내보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붙잡습니다. 홍보하는 방법도 구체적이며 설득력 있어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소재로 쓴 글을 통해 어린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미디어의 영향으로 거의 비슷한 설렘을 비슷한 언어로 드러내는 글이 다소 보인 문제는 고민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묘한 감정을 자기식으로 표현하며, 있는 그대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이 많아 기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글 수준이 고르게 좋은 편이어서 아쉽게 명단에 들지 못한 어린이도 많습니다. 그러나 상을 받든 안 받든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밝혀 써 내면서 어린이들 마음은 얼마나 후련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글을 쓰며 마음에 맺혀있던 응어리를 풀게 되는 과정에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심사위원들과 글 이야기를 하며, 우리 어린이들이 즐길 문화공간과 어린이 장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어린이 장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미디어가 부족하니 어른들 이야기를 어린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슷해지려는 글을 쓰기도 하겠지요. 이 모두 어른들 탓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어른들 틈에서 빠져나와 자기 마음을 거짓 없이 드러내며 관계를 넓혀가고 그렇게 건강하게 성장하는 어린이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종순(아동문학평론가) 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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