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 원 쏟아부었지만 악화일로
출생·육아 지원 이외의 혁신 시급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1960~80년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아 제한 정책 슬로건이다. 지금의 초저출생 시대에 꿈같은 이야기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출생률이 매우 높았고 아들을 선호하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정책이 결실을 맺었는지 1960년대 초반 6.0∼6.3명 수준의 합계출산률은 1970년대 초반 4.5∼4.7명, 중후반에 3.5명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1980년대에는 2.8명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1990년대에 들어 출생률이 1.5명 내외로 떨어지며 출산정책 기조가 전면적으로 수정되었고 2000년대에는 출산 장려로 방향이 전환되기까지 했지만 저출생의 흐름은 막지 못하였고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0.75명으로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1명 미만의 출생률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과거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당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자원, 복지 부담이 향후 국가적인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대책의 하나로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이 달라진 이후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2006년 저출생·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행하면서 이후 20여 년간 수백 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기준 출생아 수는 오히려 20년 전의 절반 수준인 23만 8300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세계적인 추이도 비슷하다. 물론 한국이 압도적으로 낮지만,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 저출생 국가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문제는 저출생을 넘어 초저출생이라는 것이며, 초저출생에 급격한 고령화가 겹침으로 기인한 인구 피라미드 역전 현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과 접근 방식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개인의 삶의 질, 경력,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게 확산하고 있다. 반대로 결혼과 출산을 원하더라도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 양육·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 탓에 결혼과 출산 연령이 점점 더 늦춰지고 있으며 이 탓에 불임 위험 증가, 고령 출산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저출생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선택을 강요할 순 없지만, 적어도 원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보다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다양한 정책들이 있지만 주로 출산과 육아 초기에 집중되어 있고 그마저도 결과로 증명되었듯 정책 시행의 실효성은 제한적임이 입증되었다.

자녀의 양육은 최소 2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나 여러 여건상 개인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정책적인 지원이 현실성 있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앞으로의 저출생 대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다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하며 기존의 정책들도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드린다.

/조혜인 저출생대응경남지역연대 경상남도의사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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