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작한 뒤 매일 낯선 나와 마주하며
좁은 시야서 벗어나 세상 넓게 보려 애써

주식이라고는 쌀밖에 모르던 내가 어쩌다 보니 주식을 하게 됐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 거래량이 터졌다, 세력이 들어왔다…. 몇 달 전만 해도 달나라 얘기처럼 들리던 말들을 이젠 내가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주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5개월. 나는 달라졌다. 생각보다 많이.

먼저, 관심 뉴스부터 바뀌었다. 예전엔 신문을 펼치면 정치, 사회면부터 훑었는데, 요즘은 경제면을 먼저 찾는다. 주식 초보를 위한 참고서에 줄을 긋고, 그동안 제목만 보던 경제 도서를 정독한다. 우원식 국회의장보다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세운다. 국회 소식은 건너뛰어도, 주식 유튜버의 썸네일은 건너뛰지 못하는 일상. 코스피가 빠지면 다리에 힘까지 빠진다. 기후 위기보다 주가 폭락이 더 심각하게 와 닿는 요즘. 북극 빙하가 녹는 것보다 내 계좌가 녹는 게 더 공포스럽다. ‘왜,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에 무관심했을까?’ 주식을 하면서 알았다. 그동안 나는 세상을 반쪽만 보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두 번째, 돈에 대한 민감성이 달라졌다. 주식으로 처음 이익을 맛본 뒤, 시시때때로 주식 앱을 열어본다. 아침엔 “오늘은 제발 파란불이 아니게 하소서”. 점심엔 “지금이라도 물타기를 해야 하나요?” 밤엔 “내일은 기필코 반등하게 하소서”. 주식에 따라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주식이 미친 듯이 오르면 아드레날린도 치솟고, 주식이 급락하면 내 기분도 추락한다. 빨간불이면 어디까지 오르나 설레고, 파란불이면 어디까지 떨어지나 불안하다. 예전에는 여윳돈이 생기면 쇼핑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어떤 종목을 살까를 고민한다. 내가 돈에 이렇게 민감한 사람이었나? 주식을 시작한 뒤, 끓어오르는 내 욕망을 볼 때마다 종종 당혹스럽다.

세 번째, 재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예전엔 재벌가 뉴스만 봐도 분노 게이지가 올랐다. 창업주의 아들딸, 조카, 사돈까지 지배하는 기울어진 구조가 싫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다르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SK하이닉스 회장의 이혼 기사까지 읽는다. 재벌과 나의 삶을 연결하는 기묘한 심리. 미디어 속 재벌들에게 왠지 친근감을 느낀다. 이대로라면 “이재용 회장님, 힘내십시오!” 응원이라도 보낼 기세다. 재벌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규탄했던 내가 자본의 욕망 앞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노동 이슈에 대한 감정이 달라졌다. 한창 조선주가 날아오르던 어느 날, 노란봉투법 통과 소식과 함께 노조 파업 뉴스가 떴다. 덩달아 주가가 급락했다. 순간, 머리로는 파업을 이해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파업을 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 대신 ‘지금 파업할 때냐?’라는 탄식이 먼저 나왔다. 노동자의 권리보다 주가에 더 공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왜, 친노동 정책을 선호하기 어려운지. 서민이면서도 왜, 재벌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가지는지. 그 흐름 속에 나도 편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주식이 정치 성향까지 흔들어 놓을 수 있음을 알았을 때 두려워졌다.

주식 판에 발을 들여놓은 뒤, 나는 매일 낯선 나를 마주한다. 나의 욕망과 이성이 충돌하는 과정을 겪으며 세상을 입체적으로 보는 법을 배워간다. 한쪽만 바라보던 외눈박이에서 벗어나 365도로 시야를 넓히기 위해 애를 쓴다.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치는 이분법적인 사고 대신 ‘왜 그럴까?’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기업과 노동, 욕망과 이상 사이에서 줄다리를 하며 나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상주의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을 주식을 통해 공부하는 중이다.

/김봉임 종합홍보콘텐츠 ㈜큰그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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