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죽음이 정부기관에 의해 발생했다면, 그건 국가폭력이다. 국가에 물리력을 사용할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시민의 생명과 자유,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지 시민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장 취약한 조건에 있는 시민일수록 국가폭력에 너무 쉽게 노출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더욱이 한국 경제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 고용한 이주노동자들은 그들을 고용한 기업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의해서도 폭력의 위험과 죽음의 공포에 내몰리고 있다.

얼마 전 사천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3명이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을 피하다 건물 2층에서 추락해 골절 등 전치 10주의 상해를 입었다. 앞서 10월에는 대구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려다 숨졌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이주노동자는 한국인 고용주들에 의해 언어적·정신적·물리적 폭력과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등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기준,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내국인의 3.5배이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은 방치하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대한 단속은 폭력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 때문이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라 불리는 한국의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현행 고용허가제에 있는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은 이주노동자가 착취와 폭력을 당해도 사업주의 승인 없이는 일터를 바꿀 수 없게 한다. 이러한 독소조항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함에도 정부는 제도를 개혁하기보다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며, 폭력적 단속을 정당화하고 있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국외에 나가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듯이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의 권리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 또한 한국인과 동등한 인간이고 시민이고 동료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한국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기도 하다.

잘못된 고용허가제를 개혁하고 인권에 기초한 이주노동자 제도를 마련할 때 한국의 경제력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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