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비정규직지회 투쟁사 기록한 책
연대 통해 성장하는 노조·노동자들 담겨

우리가 속한 사회는 이미 노동자 다수가 비정규직이다. 거기에 특수고용 노동자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들까지 포함하면 불안정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많다. 자신의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회를 향해서 어떤 것이 불합리한 부분인지 소리를 내고 꿈틀거리며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 한 노조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 나왔다. 바로, <파치:쓰다 버려지는 삶을 거부한 아사히 비정규직 지회를 쓰다>이다.

책에는 아사히 비정규직지회가 어떻게 세워지는지 조합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담겼다. 차헌호 지회장 개인 노동의 역사부터 훑어 내려가면서 아사히 글라스라는 사업장에 어떻게 닿게 되었는지,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온갖 차별과 불합리한 처우를 받다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자 해고통보를 받았다. 9년 세월을 싸우고 2024년 8월, 그 투쟁을 정규직으로 ‘복직’하면서 마무리한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연대를 통해서 사람과 노동조합이 성장하는 모습, 민주노조의 깃발을 끝까지 움켜쥐고자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나온다. 또 비정규직의 노동 현실이 어떠한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어떤 취급을 받아왔는지,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제목처럼 파치(깨어지거나 쓰지 못하게 된 물건)가 되지 않고자 고군분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투쟁하는 내내 이들은 다른 사업장과 연대했다. 책에는 세종호텔, 한국지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한국옵티칼 등 자신들의 일처럼 연대하는 내용도 나온다.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역시 인근 케이이씨지회로부터 많은 연대를 받았다. 투쟁 과정에서 연대란 세상과 연결고리였고 자신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에게 힘을 얻는 일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한다는 의미와 자신감도 생기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깨달았다. 연대라는 이름으로 찾아오고, 후원하는 사람들 덕에 전체 노동자 권리를 위한 요구가 어떤 건지 고민하고 그런 투쟁을 해나가는 힘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읽다 보면 노동자들이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싹틀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아사히 비정규직지회 안직석 조합원은 이런 말을 한다. “공장은 우리를 경쟁하게 하지만, 노동조합은 우리를 협력하게 했고, 그걸 가르쳐 줬죠.” 왜 민주노조 활동을 할까 의문을 품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오래된 일화가 하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김태우 조합원 분에게 서투르고 무례한 질문을 했던 일화가 생각난다. 창원의 불법파견 사업장 투쟁현장에 연대 왔을 때였다. 아사히 비정규직지회는 투쟁한 지 3~4년째 되던 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했다. 찜닭을 앞에 두고 식사 중이었음에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네 당연하죠”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둘러보니 투쟁하는 해고된 조합원들이 웃으면서 밥을 먹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단결하고 협력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정정당당하게 투쟁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희망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렴풋하게나 만져지지 않을까 한다.

/김경민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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