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작이자 완성은 ‘사람’
시민·학생을 문화도시 주체로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풍이 대단하다. 지난해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로제의 ‘아파트’는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상,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1위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반응도 뜨거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부터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37개 지역이 선정됐으며, 경남은 김해와 밀양, 진주와 통영이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문화정책이 규모의 크기와 프로그램 수로만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그 속에서 변화를 느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예술가, 공무원, 지역주민 등 누구나 참여해 협력하는 거버넌스 기반 문화생태계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역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도 예술가들만이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던 시대에서 웹툰, 가요 같은 문화 영역까지 예술가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흐려지고 경계의 넘나듦이 일상화되는 추세다. 시민들과 어떻게 교류할 것인지가 중요해졌으며, 문화가 모두의 일상으로 확산하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2019년 예술드림 거점학교를 3년 운영하면서 교육과정과 지역 예술전문가들의 결합으로 예술문화가 더욱 확산하고 학생들은 청년 작가 등 새로운 무대를 펼쳐가는 것을 보았다. 또한, 2023년에는 학교와 마을주민들이 연계하여 쓰레기 없는 축제 등을 개최하면서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을 보았다.
문화는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으로 완성된다. 지역 시민들의 소소한 변화들이 모여 도시를 바꾸고,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을의 정체성과 시대적 메시지를 담은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와 주민의 참여라고 생각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더피의 모델이 된 조선시대 민화 속 호랑이는 우리의 기억과 문화에 바탕을 두었으며, 호랑이들은 각기 다른 문화적 상징과 의미로 글로벌 무대를 누비고 있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는 사람들을 지역으로 모이게 하는 힘이며,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는 예술은 지속 가능성이 크다. 전문예술인의 경연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과 축제 그리고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가는 교육 등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면 어떨까?
이제는 시민과 학생들이 축제 안으로 함께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내어준 무대들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고, 경험은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마을이 다음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문화의 씨앗이 될 것이다.
문화도시가 우리만의 리그로 남지 않고 더 단단한 정체성을 만들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많은 사람의 경험과 지혜가 모였으면 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화도시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면 어떨까? 1000개의 대화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전문가들이 결합하여 의제를 발굴해 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화가 있는 삶, 다음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문화도시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협력을 희망하면서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의 품격을 새롭게 세워나가길 기대해 본다.
/이종국(경상남도통영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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