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경쟁력은 산업의 규모가 아니라 연결의 밀도에서 결정된다. 산업과 인구가 한 도시에 집적되더라도, 교통망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성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창원은 대한민국 제조 산업의 중심에 있는 도시다. 방위산업과 첨단기계 산업을 비롯해 창원국가산업단지, 마산자유무역지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로서, 인적·물적 역량 면에서 이미 광역시급 위상을 갖추었다. 그러나 광역교통 접근성만큼은 여전히 구조적 제약에 묶여 있다.

현재 창원과 수도권을 잇는 철도망은 수요에 비해 현저히 비효율적인 구조를 보인다. 경전선 KTX와 SRT가 하루 40회 운행되지만, 서울까지 3시간 넘게 걸린다. 2024년 기준 경전선 KTX 좌석 점유율은 123%, SRT는 159%로 전국 최고 수준임에도, 운행 증편은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장기적으로 따라가지 못한 ‘구조적 차량 정체’의 단면이다. 교통의 지체는 곧 도시 성장의 지체로 이어진다. 수도권 대비 접근성이 낮으면 물류비용은 높아지고, 기업의 투자와 인재의 이동은 제한된다. 결국, 교통이 막힌 도시는 산업이 고립되고, 인구의 순환이 멈춘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단순한 철도 증편이 아니라, ‘동대구–창원–가덕도신공항’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고속화 철도망의 구축에 있다. 동대구~마산 108㎞ 구간이 고속화되면 서울~창원 이동시간은 2시간 20분대로 단축된다. 불과 40분의 차이지만, 이는 산업의 네트워크와 인구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간이다. 철도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도시의 구조를 다시 그리는 선(線)으로 기능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철도망은 창원만의 편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구국가산단~창원국가산단~가덕도신공항~진해신항으로 이어지는 산업 벨트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함으로써, 동남권 전역을 포괄하는 초광역 경제권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진해신항과 가덕도 신공항이 완성되면 이 철도망은 국가 물류체계의 동맥이자, 대한민국 산업지도의 새로운 중심축이 될 것이다.

창원은 이미 산업 기반을 갖춘 만큼, 이제는 철도 인프라를 통해 국가와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잇는 일이 과제다. 교통망 확충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전략이며, 동대구~창원~가덕도신공항 고속화철도의 추진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규식 전 경남대학교 대학원 건축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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