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동체 회복 시간 이후 감소
정서적 결핍·관계 단절 해소해야

 

최근 경남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 사이버 괴롭힘, 따돌림 등 보이지 않는 형태의 폭력이 교묘하게 확산하며, 피해 학생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학교폭력 발생 시 교육지원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다. 심의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 피해자·가해자 분리의 미비, 행정 처리의 복잡성과 민원 대응 한계 등으로 말미암아, 현장 교사와 학부모 모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는 ‘사람의 손’이 부족하다. 전문성 상담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며,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예산과 지원 체계도 부족하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들은 수업보다 행정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고, 피해 학생은 심리적 불안 속에 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는 안 된다. 경남교육청은 ‘사건 처리 중심’이 아닌, ‘예방과 회복 중심의 학교폭력 대응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오랫동안 필자가 학교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학교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 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커지고, 부모 간의 감정 대립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얼어붙던 시기였다. 그때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생자치 활성화 프로그램과 공동체 회복 워크숍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후 학교폭력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학교가 되자 폭력은 자연스레 많이 사라졌다.

이 경험은 학교폭력이 단순한 비행이 아니라, 정서적 결핍과 관계 단절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진정한 해결의 열쇠는 ‘징계’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 그리고 공동체적 치유에 있다.

학교폭력의 예방은 학교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가정과 지역사회, 교육청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따뜻한 대화와 관심이, 학교에서는 교사의 세심한 관찰과 지도력이,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는 제도적 지원과 안전망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 상담교사 확충, 회복적 생활교육센터 설립, 지역사회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등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미래 교육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아이들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어른들의 관계, 사회의 문화가 아이들의 마음에 그대로 비친다.

또한, 가해 학생에 대한 ‘회복적 접근’도 필요하다. 한 번의 잘못으로 낙인찍혀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정과 회복의 과정에서 어른들의 따뜻한 손길이 닿을 때, 그 아이는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의 진정한 역할이며, 학교의 존재 이유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단지 한 사건을 처리하는 행정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품격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제는 예방과 회복 중심의 접근으로, 학교가 다시 사랑과 배려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며,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조동열 학교 운영위원장 마산지역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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