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거점돌봄사업 간담회
아이들이 미래 희망임을 재확인해

진해 앞바다에 천천히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배들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인생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다.’ 갈림길 앞에서 늘 멈칫거리지만, 머뭇거림 또한 나의 길임을 이제야 받아들인다. 원망을 품으면 원망이, 감사로 바라보면 감사가 되돌아온다. 인간관계는 결국 내가 비춘 눈빛만큼, 내가 걸어온 길만큼 거울처럼 돌아온다. 그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며, 작은 일에도 감사하려 애쓴다.

아침 산책을 마치면 곧 어린이집의 하루가 시작된다. 부모님의 맞벌이로 이른 7시에 등원하는 아이들과 책을 펼쳐 웃음을 나눈 뒤, 필자는 오전 8시 30분에 예약한 기차에 올라 서울로 향한다. 맞벌이 가정과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거점형 돌봄사업 간담회’가 오늘의 목적지다.

서울역에 도착해 택시로 목적지에 향했지만, 돌아올 때는 지하철을 탔다. 고작 두 정거장이었는데도 서울지리를 잘모르고 늦을까봐 불안해서 무작정 택시를 탔던 것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친절한 기사님과 세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 그것 또한 삶이 건네준 소중한 선물이 아니겠는가.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학부모가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유현종 교육부 과장님의 말씀이 회의장에 울려 퍼질 때, 전국의 11곳의 도에서 모인 원장들과 장학사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자리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저출생 시대의 교육을 함께 모색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경남 유보통합추진단 연희정 장학사님과 함께한 배움은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되어 우리 마음속에 심어졌다. 철학이 이성이라면, 과학은 합리성이고, 정서는 허기를 달래주는 따뜻한 위안이다. 아이들과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는 때로 꼬마 철학자가 된다. 아이들의 웃음과 질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교육의 참된 의미를 다시 묻기 때문이다.

간담회를 마치고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경남에서 올라온 원장님들과 1층 로비에 앉아 우리의 오늘과 내일, 유아교육의 현실을 두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시간이 훌쩍 흐르고서야,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오니 명동의 풍경이 뜻밖에 눈앞에 펼쳐졌다. 번쩍이는 불빛, 작은 가게 부스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인파. 얼굴과 국적은 달라도 모두가 이 거리를 즐기고 있었고, 공통의 언어처럼 울려 퍼지는 K팝의 선율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출생의 그늘 속에서 아이 없는 미래를 걱정했는데, 명동 거리에 흘러넘치는 삶의 풍경은 그 걱정을 잠시 잊게 했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즐기고, 우리 노래에 발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우리가 지켜내야 할 한국의 내일이 여기에도 있음을. 우리의 문화는 이미 국경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되고 있음을. 그래서 다시 다짐했다. 내 앞의 작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곧 이 큰 흐름을 이어갈 미래라는 것을.

저출생의 먹구름 너머, 아이들과 함께 피워내야 할 희망의 불빛은 어쩌면 이 명동 거리에서 이미 반짝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녁 늦게 내려오는 기차 안. 창밖 어둠 속 흩뿌려진 별빛이 스쳐 지나간다. 그 별빛 속에서 나는 오늘 하루를 되새기며, 침묵의 언어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다시, 내일을 살아낼 용기를 꺼내 든다.

/김송현 진해무지개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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