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구룡형연적 출토 기념 학술대회 개최
유적지 성격, 연적 출토 연유 등 살펴봐
내년 1월까지 국립창원대 박물관서 전시
2022년 9월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반송공원 주차장 확장 공사 과정에서 통일신라시대 건물지 2기와 계단지 1기, 중정(마당)을 갖춘 고려시대 건물지 3기가 확인됐다. 이곳에서 기와류 50점을 포함해 유물 63점이 출토됐는데, 통일신라시대인 8~10세기, 고려시대인 12~14세기 유물로 확인됐다.
고려 말·조선 초의 상감청자나 분청자기가 출토되지 않아 건물지는 12~13세기를 중심 연대로 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14세기 후반 왜구의 침략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 것으로 판단됐다. 시가 주차장 조성에 무게를 두면서 추가 발굴은 이뤄지지 못한 채 조사가 마무리됐었다.
연구자들은 처음에 마당 중앙부에 석등이 있고 석탑에 쓰이는 부재(재료)를 기단(건축물 받침대)부에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 큰 절터가 아니었는지 짐작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견된 청자구룡형연적을 포함한 계속된 연구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치소로 추정되는 반림동 유적 = 23일 국립창원대학교에서 청자구룡형연적 창원 출토를 기념한 학술대회 ‘창원의 고려문화’가 열렸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반림동 유적을 ‘치소’(행정기관)로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림동에서 출토된 청자구룡형연적은 고려청자의 진수라 여겨지는 것으로 우리나라 3점, 중국 1점, 일본 1점 등 5점만 존재한다. 발굴을 통해 출토된 사례로는 두 번째이며, 국내에서는 창원이 최초다. 연적은 벼루에 물을 따르는 물병을 말하는데, 이 연적은 거북과 용이 결합한 형태다.
청자구룡형연적 출토 이외에 반림동 유적이 고려시대 행정기관이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적지는 반송공원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비탈에 흙을 다져 터를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지었던 곳이다. 고려시대 권위 있는 건물에서 확인되는 양상이다.
둘째, 건물지 3기는 마당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다. 마당 북쪽에 1호 건물지, 서쪽과 동쪽에 각각 2·3호 건물지가 마주 보고 있다. 1호지에서는 아궁이 유적 1곳, 2호지에서는 아궁이 유적 2곳과 연기를 내보내는 유적 1곳이 확인됐다. 1호지는 남향으로 정문과 일직선상에 있다. ‘ㅁ’형인 마당 등 왕궁이나 관아 성격을 띤 건축물 배치와 같다.
셋째, 기단(건축물 받침대)과 초석(기둥 밑에 놓는 돌)에서도 장대석(길게 다듬은 돌) 기단, 주좌 초석(기둥 받침돌), 치석 초석(모서리 기둥 받침돌) 등이 확인돼 일반적인 건물과는 성격이 달랐다.
넷째, 반림동 유적지에서 출토된 명문 기와(글자가 새겨진 기와)의 내용이 인근 회원현 성터의 기와 내용과 일치했다. 회원현에는 고려시대 행정기관이 있었다. 이처럼 유적 입지와 구조, 출토 유물 양상을 종합할 때 반림동 유적은 의창현 행정기관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에서도 위세품(威勢品) 소비 = 학술대회에서는 청자구룡형연적와 관련해 제작 시기와 함께 지역에서 출토된 의미도 살폈다.
연적은 용의 머리와 거북의 몸체가 결합한 형태다. 머리와 바닥, 몸체 일부가 없지만 형상을 파악하는 데 문제는 없다. 등에 있는 구멍으로 물을 넣고 머리 구멍을 통해 따르도록 설계됐다. 입수구 주위는 연잎 모양으로 장식됐으며, 등판에는 거북 등딱지 무늬와 ‘王’(왕) 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상형 연적의 정형화된 구성을 따르면서 사실적 표현과 상징성을 강화한 12세기 후반~13세기 중엽 양식과 동일하다. 표면의 질적 완성도도 높아 13세기 전반 고려청자의 기술적 완성기에 제작됐음을 보여준다.
연적 출토 정황을 종합하면 14세기 왜구 침략 등으로 건물이 파괴된 이후에 퇴적된 것으로 보인다. 연적은 제작되고 나서 최소 수십 년, 최대 백 년 이상 유통·소비됐다.
고려 중기인 1170년 무신정변이 일어나고 이후에는 원 간섭기를 거치면서 청자에 대한 수요는 왕실에서 귀족·사찰·토호로 확대됐다. 지역에서도 위세품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됐다. 의안군은 13세기 후반인 1282년 의창현으로 승격되면서 행정·군사적 위상이 강화됐다. 청자구룡형연적 출토는 이 같은 사회·경제적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은 내년 1월 30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영호남 청자 일품전(一品展): 땅에서 나온 고려의 걸작>을 연다. 특별전에서는 청자구룡형연적과 함께 진도 용장성 발굴 ‘청자철채귀문향로’ 등 영호남을 대표하는 고려청자 걸작 2점을 선보인다.
/류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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