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투자 열풍에 두려움 생겨
이 끝에 과연 모두의 행복이 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사회생활을 한 지 곧 10년이 된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나 자신이든 세상이든 변화에 대해 조금은 체감을 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체감상 코로나 때부터였던 것 같다. 여긴 지방인데도 내 또래의 사람들이 외제차를 몰고 다니거나 비싼 명품을 SNS에 자랑삼아 올리기 시작했다. 항상 부자들이야 있었겠지만 왜인지 갑자기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은 느낌….
점차 주변 사람들이 주식, 코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숫자도 그 빈도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는 사람들끼리는 속닥속닥 정보도 잘 주고받고, 관심 있어 보이는 사람은 새로 끌어들이기도 시작했다.
이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당연하게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다. 직장에 가서도, 지인들과 저녁을 먹어도, 이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도, 저 그룹의 사람들을 만나도, 새로운 사람을 마주치게 되어도, 투자는 필수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지경이다! 이 정도로 노골적이고 또 전방위적으로 투자에 대한 열풍이나 사회적 압력을 느껴본 것은 내 삶에서는 처음이다. 그러자 나는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보통 크게 거품이 터지기 전에 개미들이 마지막으로 모두 뛰어들어 주가를 최대치로 올린다고 하지 않는가? 1929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딱 그랬다. 먼저 투자한 투자자들이나 큰손들은 최대한 이익을 보기 위해 돈을 빼기 직전까지 판을 최대한 키운다.
그들이 판을 키우기 시작하면 나처럼 평범한 개미들은 점점 주식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에 빠진다. 주변에 주식으로 차도 사고, 국외여행도 가고, 떵떵거리며 돈을 쓰고 다니며 마치 신분이 상승한 것처럼 사는 사람들의 자랑을 들으며 점점 다급해진다.
이런 시기에 각종 투자 상품을 개발하는 업자들도 성행한다. 주식 투자 근처에도 안 가본 나조차 일주일에 몇 번씩 주식리딩방에 초대된다. 계속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주식리딩방에 초대한다. 누구나 심심해서 읽어보다가 혹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코스피 5000이 있을까? 모두가 행복하게 돈을 더 벌고 무사히 주식을 팔 수 있을까? 아니면 남들이 다 쪽박 쓰고 손해 볼 동안 나만 이익을 볼 수 있을까? 모두가 그런 비슷한 꿈을 꾸며 투자하지만, 왜 대부분 실패하고 빚더미 위에 앉게 될까.
게다가 이익을 보기 위해 숫자의 등락에 집착하면서 점차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쉽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참을성을 잃어버리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겠지만, 조금 더 이익을 보려다가 정신적 건강함마저 잃어버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모습에, 사회적인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위기감 또한 훅 다가온다.
정직하게 노동만 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면 개미들이 이렇게까지 주식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아마 그 숫자가 훨씬 덜했을 것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집값도 오르는데, 임금은 별로 오르지 않고, 삶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 도박 같은 것에 눈이 가는 것이다. 정작 그런 개미들을 착취하는 대주주들은 개미들의 심리마저 조종해 그들의 여윳돈을 자신들의 투기판에 던지도록 유도한다. 아!
/이효정 청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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