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일정이 잡힐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이다. 동료들과 함께 대구나 서울로 출장을 갈 때면 늘 고민이 “표가 있을까”이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열차는 금세 매진되고, 운 좋게 예매를 해도 창원에서 서울까지 3시간 넘게 걸린다. 대구까지만 가도 1시간이 넘는다. 창원에서 대구까지는 불과 100㎞ 남짓한 거리이지만, 고속철도라 하기에는 ‘속도’보다 ‘인내심’이 먼저 필요하다.

창원은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인구 100만 명을 넘긴 도시이며,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수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이곳을 지탱하고, 밤낮없이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길은 여전히 불편하고 느리다.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창원은 여전히 3시간 거리이다.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니라, 지역의 성장 속도를 결정짓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동의 불편은 단지 출장길이나 여행길의 문제가 아니다. 창원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긴 이동 시간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빼앗고, 삶의 여유를 줄인다. 타지에 있는 자녀를 만나러 가려 해도 하루가 온전히 소요되고, 주말이 짧게만 느껴진다.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은 단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창원이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려면 산업뿐 아니라 이동의 품격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회사에서도 인재 채용이 쉽지 않다. 수도권에서 오려는 사람들은 교통 여건 때문에 망설이고, 젊은 직원들 중 일부는 출퇴근의 피로를 이유로 떠나기도 한다. 창원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멀다’는 인식이 그 매력을 가리고 있다.

진해신항이 건설되고 가덕도신공항이 가까워지면서 창원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 기회를 현실로 바꾸려면 사람과 산업을 잇는 빠른 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창원에서 대구를 거쳐 가덕도까지 연결되는 고속화 철도가 놓인다면, 출근길이 빨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대구국가산단, 그리고 항만과 공항이 하나로 이어지는 새로운 성장축이 만들어질 것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전국 어디든 3시간 이내에 닿는 시대라고 하지만, 창원은 아직 그 바깥에 서 있다. 이 도시의 시간은 여전히 느리게 흐르고 있다. 출근길에 창원역에서 길게 늘어선 승객들을 볼 때면, 이 느린 시간이 하루빨리 단축되기를 바란다. 철도 한 줄이 바뀌면 도시의 운명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창원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이 도시의 시민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한정훈 LG전자 스마트파크1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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