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모른 채 키우려 한 기억 남아
새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어른으로
비둘기가 죽었다. 솜털 보송보송한 새끼 멧비둘기였다. 나뭇가지 몇 개로 얼기설기 엮어 대충 지은듯한 멧비둘기 집에서 새끼를 납치해왔다. 집에서 정성껏 키워볼 요량이었다. 어미와 생이별한 새끼는 식음을 전폐한 채 단식 투쟁에 돌입한듯했다. 결국, 죽고 말았다. 난감한 마음, 죄지은 느낌 가득 들어 뒷동산에 고이 묻어주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이야기다. 뒤늦게 알았다. 멧비둘기는 어린 새끼에게 ‘피존밀크’를 먹이는 특성을 가진 새였다. 피존밀크는 비둘기 젖이라고도 한다. 엄마와 아빠 모두 만들어 먹일 수 있다. 쌀과 보리, 콩을 번갈아 새끼 비둘기에게 억지로 먹이려 했으니 단식투쟁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새를 가까이 접했던 그때 그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새를 대하는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다. 새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닌다. 이젠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 종류는 580여 종에 달한다. 집 주변, 도심 정원, 뒷동산 어디에서도 새를 볼 수 있다. 알고 나면 더 잘 보인다.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새는 겨울 철새, 여름에 찾아오는 새는 여름 철새, 봄·가을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새는 나그네새로 불린다. 사시사철 볼 수 있는 새는 텃새다. 사람들이 추석·설 명절에 민족 대이동 현상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새들도 대이동 하며 살아간다. 겨울 철새는 머나먼 북쪽에서 번식한 후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오리와 기러기, 두루미 등이 있다. 번식하는 곳이 얼기 시작하는 10월 중순쯤 대이동을 시작한다. 여름 철새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워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가는 새다. 꾀꼬리, 제비, 파랑새, 뻐꾸기 등이 있다. 탁란으로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는 아주 먼 동아프리카까지 이동한다. 위치 추적장치를 달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탄자니아, 모잠비크, 케냐에서 겨울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봄·가을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새는 도요·물떼새들이다. 도요·물떼새는 북극 툰드라와 알래스카 등지에서 번식하고 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월동하는 새다. 봄에는 번식지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를 찾고, 가을에는 월동지로 날아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다. 논 습지나 바닷가 갯벌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처럼 새들의 이동을 잘 관찰해보면 계절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딱새와 박새, 직박구리 같은 텃새들도 상당수는 멀리 이동하며 산다. 새도 사람도 먹을 것이 많은 곳, 안정적으로 새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공통점이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 조류 박람회(WBF)가 개최되고 있는 대만을 다녀왔다. WBF는 전 세계 탐조 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나라와 자기가 사는 지역의 새와 탐조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다. 100여 개가 넘는 부스에 새가 그려진 티셔츠, 모자, 손수건, 찻잔부터 인형, 망원경, 카메라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되고 있었다. 참가하는 사람들도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듯했다. ‘새가 살 수 없는 세상은 인간도 살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의 소중함을 얘기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앞으로도 새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가꾸어 가는 사람들이 자꾸자꾸 늘어났으면 좋겠다.
/윤병열 경남생태관광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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