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움직이는 현실’
내부서도 여러 전략·실천 행하고 있어

오늘날 농촌이란 무엇인가? 농촌 문제를 고민하는 연구자로서, 오래전부터 화두였던 질문이다. 많은 이에게 농촌은 고령화·저출생, 지역소멸, 공동체 해체 등 이미지로 점철되어 ‘살기 힘든 곳’의 전형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질문하고 싶다. 정말 농촌을 이루는 모습이 그것뿐인가?

전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농촌의 모습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촌 공간은 도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모습을 지닌 사람·자연 관계가 얽힌 움직이는 현실이다. 곳곳이 사회문제 균열들로 가득하지만, 각각의 사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이러한 문제에 순응·타협하거나 대응하는 존재로 넘쳐나는 곳이다. 인간 삶의 경로를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관계 맺는 이 공간 역시 전형적 이미지로만 곡해해 읽어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시각으로만 보면 농촌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움직이는 현실로서 농촌을 바라본다면, 농촌이란 곳이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곳이란 걸 금방 알 수 있다. 청년부터 고령자까지 연결된 농민들, 자영업자들, 회사원과 공무원들, 지역 운동에 참여하는 활동가들, 군인과 경찰, 정치인들 등등 다양한 이들이 연결된 공간이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겠는가? 실존하는 주민들의 삶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그와 연관된 다양한 조직들 역시 여전히 공고하다.

또한, 농촌은 주민의 삶으로만 이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공생하면서 유지되는 공간이다. 도시는 농촌으로부터 식량을 공급받으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통해 생태 보전 및 치유·경관·문화 등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한편, 농촌은 도시의 자원과 인력을 활용하고, 소비와 체험의 대상이 되어 경제생활을 유지한다.

주민 삶의 재생산과 공동체 및 조직들의 이해관계, 외부 도시 공간과의 관계망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농촌을 더 이상 고정된 실체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소멸할 곳, 무너질 곳, 노인들만 남은 곳이란 언사들은 결국 우리에게 다시금 고정된 인식만을 부여할 뿐이다.

농촌에 대해 고정된 이미지들은 실상 농촌에서 심화하는 균열들을 막기 위해 내세워졌지만, 한편으로 살아 움직이는 농촌 내부에서 튀어나오는 실천들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농촌 내부 주민과 다양한 존재들은 끊임없이 문제와 싸워가며 대안을 찾으려 노력한다. 주민 자치 활동을 통한 지역 재구조화, 로컬 먹거리 시장 구성을 위한 노력, 젊은 청년들의 정착을 위한 지원 활동, 농촌 체험을 통한 도농 교류 등 다양한 개인적·공동체적 실천들이 계속해서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낙후된 공간이란 인식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다.

앞으로 농촌 문제를 해결해 가려면 ‘살기 힘든 곳’이란 인식보다,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곳’이란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는 농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전략과 실천들이 행해지는 곳으로서 세상을 이해할 때, 우리는 보이지 않던 노력들을 발견할 수 있고 더 나은 대안들을 마련할 수 있다.

농촌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인간 삶의 문제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은 너무도 복잡해 혼란을 부추긴다. 그러나 농촌을 그대로 직시하듯 우리의 삶을 복잡한 채로 살아낸다면, 오히려 우리가 나아갈 길이 더욱 다양함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정대환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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