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배는 신입이 들어오면 점심을 사주며 딱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 “비싼 월세로 돈 버리지 말고 전세자금대출 받아서 월세 낼 돈으로 이자를 내라.” 16년 전 같은 충고를 들었지만 회사 인근 원룸에서 비교적 낮은 보증금에 높은 월세를 내고 살았다.
국내 주택 임대차시장은 전세가 중심이다. 임대료(월세)와 보증금으로 구성된 다른 나라와 대조적이다. 전세제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19세기 말 전세계약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전세는 임차인(세입자) 관점에서 볼 때 저렴한 주거비용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정부와 금융업계는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목표로 전세자금대출을 쉽게 했다. 대부분 전세 보증금 80% 선까지 대출해주고 금리도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비율인 전월세전환율(6월 기준 7.2%)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부족한 전세보증금을 대출로 채우면, 이자 비용은 월세보다 싸다.
하지만 전세제도 한계는 전세사기처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세 선호로 전세금이 매매가와 근접해지면서 차액 자금으로 집을 사 차익을 남기는 ‘갭 투자’가 성행하면서 전세보증금 미환반 위험은 더 커졌다. 또 집값이 전세금보다 더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주택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주지 못하는 깡통주택도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경남지역 주택 전월세 계약 가운데 월세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월세화는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 불확실한 주택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업체가 늘고, 현금흐름이 명확해져 임대업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거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거주 기간에 지출이 없는 전세와 다르게 매달 고정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계 소비 여력을 줄인다. 특히 한 번 오른 월세는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취약계층은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를 더 체감한다.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2023년 기준)은 상위 20% 가구보다 2배 이상인 실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세대출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운다고 본다. 갭 투자를 막고자 대출을 조이고, 수도권 중심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이제는 월세 중심 주거지원 전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임차인이 관리가 잘 된 주택에서 적당한 월세를 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 주택 임대차시장이 전환기를 맞았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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